싱하이밍 ‘베팅’ 발언으로 냉랭한 한-중, 소통 강화로 파국 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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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만나 '소통 강화'를 약속하면서, 지난달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으로 더욱 냉랭해진 한-중 관계의 추가 악화는 막은 모양새다.
그러나 중국은 거듭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해, 앞으로 더욱 정교한 대중·대미 외교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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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만나 ‘소통 강화’를 약속하면서, 지난달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으로 더욱 냉랭해진 한-중 관계의 추가 악화는 막은 모양새다. 그러나 중국은 거듭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해, 앞으로 더욱 정교한 대중·대미 외교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박 장관은 지난 14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왕이 위원과 45분간 회담하고 △외교안보 대화 △차관급 전략 대화 △1.5트랙 대화 등 다양한 수준에서 양국 간 소통과 교류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외교부는 박 장관이 “양국이 화이부동(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는 않음)의 정신과 덕을 펼치는 군자의 도를 바탕으로 우호 관계를 잘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왕 위원도 적극 호응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도 왕 위원이 “양측이 지리적 근접성, 경제적 상호 융합성, 인문 측면 상호 연결의 장점을 발휘하고, 간섭을 배제하고, 화목하게 서로 잘 지내며 각급 교류를 재개하고, 호혜적 협력을 확고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여기서 ‘간섭 배제’는 미-중 갈등 구도에서 한국이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할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한-중 관계를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대만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왕 위원은 “대만 문제는 중국 측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며 중-한 관계의 정치적 기초 및 기본 신의와 관련된 일”이라며 “한국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는 남북한처럼 전 세계적 문제”라며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한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박 장관은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해오고 있다”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한국의 기본 입장을 밝혔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박 장관은 왕 위원에게 지난달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관저로 초청한 자리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한국 쪽의 유감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쪽은 회담 결과 발표문에서 싱 대사 발언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고, 거친 표현을 자제했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중국학과)는 “한·중 모두 기본적인 소통의 필요성에 공감해 고위급 인사끼리 만났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은 있다”면서도 “양국 갈등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한·미·일 밀착 관계가 한-중 관계의 변수가 되는 만큼 대미, 대일 정책도 치우치지 않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번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4개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고,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의와 더불어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7개국 장관들과 양자회담을 마쳤다. 또 안광일 북한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 대사를 만나 “비핵화 대화를 시작하자”고도 제안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자카르타/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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