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성숙한 관계 위해 노력" 재확인… 대화·소통 활성화되나
이달 초 외교차관보 방중 이은 올해 두 번째 고위급 접촉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우리나라와 중국 외교당국이 그간 경색 국면을 이어온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간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 간의 회담을 통해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연내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비롯해 앞으로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소통의 동력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과 왕 위원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자카르타를 방문 중이던 14일 양자회담을 임했다.
박 장관과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 위원의 이번 만남은 이달 초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가 중국 베이징에서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차관) 등과 만난 데 이은 사실상 올해 두 번째 한중 외교당국 간 고위급 회담이다.
당초 이번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엔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이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건강상 이유'로 친 부장보다 '급'이 높은 왕 위원이 대참했다.
이런 가운데 한중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우리 외교부가 전했다.
한중 양국은 작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때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을 둔 한중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올 초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방역 갈등과 윤 대통령의 4월 외신 인터뷰 당시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한 중국 측의 반발, 그리고 지난달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내정간섭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한중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그러던 중 왕 위원이 이번 아세안 관련 회의를 앞두고 공개석상에서 한중 및 한중일 관계 증진에 관한 긍정적 메시지를 연이어 발신하면서 외교가에선 "이번 아세아 관련 회의를 계기로 한중 당국자들이 만나면 관계 개선을 위한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이 제기됐던 상황이다.
이와 관련 왕 위원은 박 장관과의 이번 회담 시간을 맞추고자 당초 예정했던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교장관과의 양자회담을 이른바 '풀 어사이드'(pull aside) 방식의 약식회담으로 변경토록 했단 후문이다. 이는 왕 위원이 그만큼 우리 측과의 이번 회담을 '중시'했단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는 작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일본 등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외교에 집중하면서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되는 중국과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해졌다. 중국 측 또한 올해 '시진핑 3기 체제' 공식 출범과 함께 유럽 및 중동 국가들과의 외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중 양국이 '접점'을 찾을 기회는 좀처럼 마련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로부턴 한중 간에 여전히 갈등 요소가 남아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고위 당국자들 간의 접촉이 이어지고 있고, 특히 △양측 모두 관계 개선·증진을 얘기하고 있는 점만큼은 '긍정적'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공개된 회담 내용을 봤을 때 왕 위원은 원칙적인 얘기를 했다"면서도 "중국 쪽에서 우리 측 인사를 만나 '한중관계 발전'을 언급한 것 자체는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위원은 "우리 측은 한중 간 대화 재개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중국 측의 관여를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중국 측은 그 의지 표현이 다소 약하지 않은가 싶다"며 "중국은 동북아시아 역내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해가기 위해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유지·관리해가고자 하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리 외교부는 박 장관과 왕 위원 간의 이번 회담 결과 자료에서 "양측이 한일중 3국 간 협력이 역내 평화·번영에 긴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며 "장관·정상회의 등 3국 협력 협의체의 재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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