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하필이면 그 버스 타셨어요"

조한필 기자(jhp@mk.co.kr), 우성덕 기자(wsd@mk.co.kr), 서대현 기자(sdh@mk.co.kr) 2023. 7. 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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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서 발생한 지하차도 침수 사고의 실종자 가족들이 16일 수습된 시신들이 옮겨진 하나병원 보호자 대기실에서 구조작업 관련 보도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500㎜가 넘는 물폭탄을 쏟아부은 폭우는 한순간에 우리 이웃의 어머니, 아버지, 아들, 딸과 영원한 이별을 하게 했다.

16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제2궁평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 오전 7시26분쯤 747번 급행버스 앞쪽 출입구에서 70대 여성의 시신을 시작으로 5구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다. 지하차도에 물이 빠지고 수색이 본격화하면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났다.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희생자를 수습하는 병원에 모인 실종자 가족과 지인들은 실종자들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자 오열했다. 일부는 뉴스를 통해 희망의 끈이었던 에어포켓도 없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낙담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사연도 속속 알려졌다. 50대 A씨는 "어머니가 왜 하필 그 버스를 탔는지 원망스럽다"며 실종된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의 어머니는 평소 502번 버스를 타고 출근했는데 사고 당일 747번 급행버스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고 당일 폭우로 차가 막히자 직장 동료들과 함께 급행버스를 타신 것 같다"고 울먹였다.

또 다른 50대 B씨는 어머니가 사고 버스에 타고 있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사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그는 "사진에서 꽃무늬 셔츠를 입은 어머니의 뒷모습을 봤다. 이런 일이 닥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사망자가 집중된 747번 급행버스는 폭우로 원래 노선에서 우회했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 버스는 청주국제공항∼고속버스터미널∼충청대∼오송역 노선을 운행했다. 오송 지하차도는 이 노선에 없다.

하지만 이날 버스 운전사는 이틀간 쏟아진 폭우로 사고 당일 오전 5시30분부터 탑연삼거리에서 도로가 통제되자 우회 운행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버스는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온 물을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소방당국은 지하차도 인근 제방이 붕괴된 지 3분 만에 지하차도가 완전히 잠겼다고 밝혔다.

버스 기사들은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니었는데 폭우 때문에 노선을 우회한 것으로 들었다"며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저지대라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차기도 하는 곳인데 교통당국이 왜 차량 통제를 안 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폭우로 불어난 물과 산사태 때문에 일가족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잇따랐다. 지난 15일 오후 5시56분쯤 충북 괴산군 문광면 한 주택 인근 수로에서 60대 남성 A씨와 30대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부자 관계로 아들 B씨는 폭우에 휩쓸려 수로에 빠진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나섰다가 모두 숨졌다. 아버지 A씨는 출산이 임박한 가축을 확인하기 위해 외출했다가 수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괴산에는 200㎜ 넘는 비가 쏟아졌다.

같은 날 오전 7시27분쯤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서는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됐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는 사고 현장에서 1명을 구조했으나 2명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사망한 60대 남성과 20대 여성은 부녀 관계로 파악됐다. 산사태로 마을이 쑥대밭이 되고 사망자가 속출한 경북 예천군에서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하면서 가장 역할을 했던 60대 C씨가 산사태로 집이 매몰돼 숨졌다. C씨의 유가족은 "퇴직하고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지은 집에서 잠을 자다 사고를 당해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한필 기자 / 우성덕 기자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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