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사랑받아온 뮤지컬 '그날들'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3. 7. 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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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광석 노래 살린 줄거리
실커튼 등 무대 장치 돋보여
전 시즌에 출연 중인 유준상.

세상을 떠난 가객 김광석의 노래가 흐르는 동안 2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친 두 개의 실종사건이 한데 얽힌다. 1992년 갓 부임한 경호원이었던 주인공 정학은 20년이 흐른 2012년엔 경호부장이 되어 두 사건을 모두 맡아 해결하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2013년 이후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그날들'의 이야기다.

기존의 유명 대중음악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주크박스 뮤지컬은 노래로 인해 스토리를 살리지 못하거나, 스토리에 집중하다 노래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10년 동안 여러 차례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것은 뮤지컬 '그날들'의 완성도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다.

10년간 무려 6번째 공연인 만큼 정리가 잘 돼 있다는 인상이다. 1992년 통역사 '그녀'를 지키기 위해 정학과 무영이 분투하는 부분에서 비극적인 사랑과 진한 우정을 느껴볼 수 있다면 정학의 딸과 대통령의 딸이 예술고등학교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친구로 나오는 2012년 장면들은 보다 많은 유머가 섞여 있다. 두 시대에 동시에 존재하는 정학 역을 맡은 유준상과 이건명, 오만석, 엄기준까지 베테랑 배우들의 호연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무대를 활용한 연출 역시 높은 점수를 매길 만하다. 청와대 경호원 대기실, 뒷산과 학교 등 배경이 되는 장면이 상당히 많은데 회전 무대를 적절히 활용해 성공적으로 구현해냈다. 또한 실커튼을 사용해 영상을 입혀 장면 전환을 설명하고, 비 내리는 모습까지 형상화한 것 역시 적절하다.

다만 김광석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는 무영이 '사랑했지만'을 부를 때는 공감이 가도, 목욕탕에서 타월을 두른 근육질 경호원들이 '나의 노래'를 코믹하게 부르는 장면은 어색하게 받아들일 여지도 있는 셈이다. 이번 공연은 9월 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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