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한동훈·원희룡 앞 화환,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두 장관이 주목받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사실 두 장관은 결이 꽤 다르다. 특정 대학 특정 학과를 졸업했다는 건 같지만 현 정부 엘리트층 상당수가 그 학맥을 가졌다는 점에선 공통점이라고 하긴 좀 그렇다. 한 장관은 검찰 출신이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원 장관은 잠시 검사 생활을 했지만 그를 검찰 출신으로 보는 시각은 옅다. 국회의원과 제주도지사를 거친 정치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두 장관이 겹치는 점이 늘고 있다. 우선 대선주자 반열. 원 장관이야 명실공히 대선 잠룡이다. 2년 전엔 윤 대통령과 대선후보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 장관은 장관 취임 뒤부터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것도 여권 내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총선 출마설이 가시지 않고, 윤 대통령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시선도 쏟아진다.
또 다른 겹치는 지점도 있으니, 바로 대야당 강경 태도다. 한 장관은 이미 지난해 인사청문회 때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대립 관계가 됐다. 다소곳한 모습의 장관 후보자가 아닌, 야당 의원의 질의에 또박또박 반박하고 받아치는 모습이었다. 이후 국회에 출석해서도 야당의 공세에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오히려 면박을 주는 듯한 모습이 반복됐다. 생소한 장관의 모습에 보수 지지층은 열광했고, 야당 의원들은 미워하면서 껄끄러워했다. 동시에 그의 '체급'은 단순한 장관 이상으로 커졌다. 가는 곳마다 화제를 낳는 '셀럽' 수준이다.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꽃바구니, 화환이 법무부 청사 앞에 수없이 배달되는 일도 있었다.
대선 당시 '대장동 일타 강사'란 별명을 얻은 원 장관은 최근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와 관련해 '초강수'를 뒀다.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의 존재와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연결지어 공세를 하는 민주당을 향해 '사업 백지화'를 선언해버린 거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사과하지 않으면 재추진은 없다고 못 박았다. 여당 사람들조차도 깜짝 놀라고 "너무 센데"란 반응이 나왔을 정도. 그럼에도 야당을 향해 시원하게 한 방 날린 모습에 보수 지지층이 환호를 보냈으니, 국토부 청사 앞에 화환들이 즐비하게 도착했다. 응원하는 화환들이었다.
두 장관 개인에게 이 화환들은 의미가 클 수 있다. 지금 모습에 대한 확신일 수도, 미래의 기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 전체로 보면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한국갤럽 7월 2주 조사(11~13일, 1000명 대상)에서 여야 지지율은 거기서 거기였다. 국민의힘 33%, 민주당 32%. 이 당도 저 당도 다 마땅치 않은 무당층이 30%. 여야 지지층이 양쪽 끝으로 갈라져 있고 그 사이에 무당층이 자리한다. 모두 3분의 1씩이다.
중도 성향 유권자 중에 무당층 비율이 상당히 높다. 총선이건 대선이건 이 무당층·중도층을 더 많이 잡는 쪽이 이긴다. 그런데 보수 지지층이 환호하는 한 장관과 원 장관의 모습에 무당층·중도층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거나 되레 거부감을 키울 수도 있다. 여당 전체에 큰 부담이다. 반면 지금 '죽을 쑤고 있는' 민주당이 만약 파격적인 혁신을 해버린다면 무당층·중도층이 움직일 수 있다. 그러니 국민의힘은 두 장관이 받은 화환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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