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함께 키우는데 동물등록은 왜 공동으로 안 되나요···법원 “등록거부는 위법”[판결 돋보기]

이보라 기자 2023. 7. 1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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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하경 변호사와 A씨가 함께 양육하고 있는 강아지 ‘로마’. 류하경 변호사 제공

“재판장님, 우리 로마가 두 살이어서 엄청 뛰어다닙니다. 줄을 놓치면 불러도 막 도망갑니다. 잡기놀이 장난치는 줄 알고요. 그런데 아직 동물등록을 못해서 미아가 될까봐 산책할 때마다 걱정입니다. 부디 등록하게 해주세요.”

지난달 23일 수원고법에서 열린 동물등록신청 반려처분 취소청구 소송 재판에서 원고인 류하경 변호사가 한 최후변론이다. 류 변호사와 연인인 변호사 A씨는 두 살짜리 강아지 ‘로마’를 키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방자치단체에 동물등록을 하지 못했다. 공동명의로 동물등록을 신청했지만 지자체가 한 명만 신청할 수 있다며 반려했기 때문이다.

이들과 로마의 인연은 202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평소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지만 바쁜 변호사 생활 탓에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둘이 함께 키우는 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 지인으로부터 당시 3개월된 로마를 입양했다. 로마는 류 변호사의 집에 살되 양육은 A씨와 함께 하기로 했다. 이들은 산책, 병원 진료 등을 함께 하며 로마를 키우고 있다.

이들은 로마를 함께 양육하고 있어 공동명의로 동물등록을 하고자 했다. 동물보호법은 개 등 등록대상동물의 소유자가 동물의 보호와 유실·유기방지 등을 위해 지자체에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등록하지 않은 소유자에게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들은 2021년 3월 공동명의로 동물등록 신청서를 어떻게 기재해야 하는지 국민신문고를 통해 농림축산식품부에 문의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등록제도는 등록대상동물의 소유자나 소유권을 증명하기 위한 제도가 아닌, 등록대상동물을 잃어버린 경우 찾아주기 위한 제도로 설계됐다”며 “현행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는 등록대상동물의 소유자 1인만 하도록 돼 있다”고 답했다. 시스템상 두 명이 공동명의로 동물등록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농림축산식품부의 판단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보고 2021년 5월 성남시청에 공동명의로 동물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성남시청으로부터 사건처리를 넘겨 받은 수정구청은 “현재 동물보호관리시스템상 신청인을 1인만 등록이 가능하게 돼 있다”며 재신청을 요청했다. 류 변호사와 A씨는 이에 응하지 않고 2021년 8월 수정구청장을 상대로 동물등록 반려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동물보호법에는 동물등록을 할 때 공동명의 등록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등록의무 주체를 등록대상동물의 ‘소유자’로만 규정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직까지 동물은 민법상 물건에 해당해 공동소유가 가능하므로 동물등록도 공동명의 신청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동물등록을 하게 된 경우 각종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되는데, 한 명만 등록된다면 한 명에게만 권리와 의무가 과중하게 몰린다고 지적한다.

특히 동물을 분실했는데 소유자로 한 명만 등록한 경우, 여러 명을 소유자로 등록하는 경우에 비해 소유권 행사에 방해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A씨가 단독 명의로 동물등록을 한 뒤 일정 기간 해외에 체류하거나 병원에 입원했을 때, 국내 출장을 갔을 때 로마가 실종됐을 경우 소유자로 등록되지 못한 류 변호사는 동물분실신고 자체를 할 수 없다.

이들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수정구청이 내부 시스템상 기술적 어려움만을 내세우면서 소유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했다. 제도가 개선돼 다수가 동물등록 명의자가 되면 동물유기·분실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절감될 것이라고도 했다.

1심은 수정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법은 지난해 7월 “동물보호법에서 정하는 동물등록제도는 동물의 보호, 유실·유기 방지 등을 위한 제도이고, 소유자로서 등록되지 않는다 해서 소유권 행사에 제한이 생긴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2심은 이를 뒤집었다. 수원고법은 지난 14일 “동물등록 신청을 2인이 하더라도 피고가 이를 거부할 아무런 근거가 없고 동물보호법은 소유자 범위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행정청이 동물보호법이 정한 동물등록 신청 규정에 맞춰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의 미비점을 이유로 동물등록 신청을 거부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수정구청 관계자는 16일 “판결문을 살펴본 뒤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상고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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