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만에 물 차올라···삼남매 아빠도 새신랑도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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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16일 오후 2시 30분.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하나병원 로비가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로 가득찼다.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충청북도측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날 실종자 가족과 함께 상황을 지켜보던 하나병원 환자 김 모(51) 씨도 "지방 정부가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도 후에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바로 지난해에도 폭우로 전국적인 피해가 속출했는데 지금까지 무얼 하고 있던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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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발만 동동···탈진하기도
응급차 도착 때마다 울며 달려가
"사고대책본부 없고 대응도 부실"
충북도에 대한 비판도 쏟아내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16일 오후 2시 30분.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하나병원 로비가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로 가득찼다. 실종자의 어머니는 탈진했고, 일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아 스스로를 지탱했다. 자신의 조카가 실종됐다는 A 씨는 “쌍둥이였던 조카는 대학 졸업 후 취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다. 그 누구보다 어머니에게 애틋했던 기억이 난다”며 울음을 삼켰다. 궁평2지하차도는 전날 인근 제방이 무너지면서 갑자기 물이 닥쳐 버스와 승용차등이 침수돼 9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3시께 응급차 한 대가 주차장으로 진입하자 실종자 가족들이 쏜살같이 달려갔다. 내 가족이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응급차 안에 탄 사람이 일반 부상자라는 것을 확인한 가족들의 팔은 이내 축 늘어졌다. 텅 빈 눈동자로 한동안 응급차 내부만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천안에 거주하는 김 모(75) 씨는 실종된 아들(48) 소식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그의 아들은 오송읍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김 씨는 “그 날따라 본인 차를 안 가져가고 같이 일하는 동료 차를 타고 갔는데 출근 길에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젯밤 30분 통화한 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끝을 흐렸다. 김 씨는 아들과 동승했던 동료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접했다. 운전자는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김 씨는 갑자기 차오른 물에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경찰은 지하차도 내부에서 아들 김 씨의 지갑과 신분증 등을 발견했으나 아직 시신은 수습하지 못한 상태다. 실종된 김 씨에게는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쌍둥이 딸과 초등학교 6학년짜리 늦둥이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결혼한 새신랑 김 모(30) 씨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공공기관 필기시험에 응시하는 처남을 KTX 오송역으로 데려다 주던 길이었다. 김 씨는 처남과 함께 차에서 빠져나와 차량 지붕 위로 올라갔지만, 처남이 뒤를 돌아봤을 때 매형 김 씨는 보이지 않았다. 김 씨는 실종 한 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끝내 숨졌다.
병원에서 만난 50대 박 모 씨는 이번 사고로 장모를 잃었다. 그는 “장모님은 일행들과 함께 747번 버스를 타고 오송으로 향하던 중이었다”면서 “아내와 처남은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흐느꼈다. 박 씨는 신원을 확인한 후 검안 작업을 거쳐 장례식을 준비할 예정이다.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충청북도측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박 씨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말이 되냐”며 “아직 사고대책본부도 안꾸려졌고, 유족들이 개별적으로 시신을 확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아무런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일을 총괄하는 사람도 없다”면서 “공무원이라는 사람들도 아무 대응이 없는 것이 말이 되나”며 오열했다. 박 씨의 옆에 있던 공무원은 말 없이 고개만 숙였다.
자신을 침수된 버스 기사의 친형이라고 밝힌 이모(60) 씨는 “지하차도가 저지대에 있는데 홍수 경보가 발령되면 차량이 침수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냐”며 “이는 관리 감독 소홀로 발생한 명백한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실종자 가족과 함께 상황을 지켜보던 하나병원 환자 김 모(51) 씨도 “지방 정부가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도 후에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바로 지난해에도 폭우로 전국적인 피해가 속출했는데 지금까지 무얼 하고 있던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주=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청주=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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