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는 근심의 시작에 불과… “오염물 보관처 4년 뒤 포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정화 과정에서 생성되는 오염물을 보관하는 장소가 부족해, 4년 뒤면 정화 작업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오염수 방류의 전제가 된 ‘안전한 정화 작업’이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종 목표인 ‘원전 폐로’의 불확실성도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교도통신은 지난 15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을 보관하는 장소가 4년 뒤면 가득 찰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 오염수를 정화하면 이 과정에서 진흙 상태의 오염물이 배출되는데, 여기에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어 3㎥ 규모의 폴리에틸렌 용기에 담아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이달 6일 기준으로 준비된 용기 4384기 중 약 96%에 해당하는 4198기가 이미 차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전력은 향후 ALPS를 개량하는 작업을 통해 오염물 발생 속도를 늦추고, 용기도 336기 추가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같은 작업에도 2027년 7월쯤 되면 보관 용기가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염물의 양을 줄이는 시설도 ‘작업자 안전’ 문제로 당초 계획보다 4년가량 미뤄진 2027년 3월쯤에야 운전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교도통신은 향후 오염물을 둘 장소가 없으면 ALPS를 제대로 가동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오염수 방류의 전제가 된 안전한 정화에 대한 약속이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대로 정화하지 않은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주변국의 피해는 현실이 된다.
오염물 보관 문제는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작업이 얼마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 폐로와 후쿠시마 지역 부흥이라는 장기 목표를 위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지만, 방류 이후에도 수많은 변수들이 남아있어 당초 목표인 성공적인 폐로를 장담하기 힘든 것이다.
특히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데브리)를 제거하는 작업은 방류 직후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핵연료를 제거할 때 안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흘러나오면서 플루토늄과 우라늄 등 ‘알파 핵종(알파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고농도 오염수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자랑해온 ALPS는 이같은 알파 핵종을 처리할 수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
핵연료 제거를 물리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수행할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전례가 없던 작업이며 인력 대신 로봇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안으로 핵연료 제거 작업에 들어갈 것을 예고하고, 지난 14일 이 작업에 투입되는 로봇의 조작 시험을 취재진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도쿄전력 측은 처음 시도하는 대처 방안이라 원점에서 만들어 가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연료 제거 작업이 계획대로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명확한 폐로 시기를 단언할 수 없고, 오염수 방류도 장기화된다. 앞서 후쿠시마 원전 건설사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수석관리자였던 사토 사토시도 “일본 정부의 원전 폐로 중장기 로드맵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경우, 오염수 방류 기간을 30여년으로 잡은 일본 정부의 약속은 허구가 된다.
폐로의 명확한 윤곽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오염수를 방류하고, 지역의 부흥 작업까지 진행하는 일본 정부의 계획을 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역이 활력을 되찾았는데 ‘밥상 뒤엎기’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무리한 계획이 모든 것을 수포로 돌려놓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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