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버린 피자로 덜미 잡힌 미국 연쇄살인범... "13년간 철저한 이중생활"

조아름 2023. 7. 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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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3년 동안 미제 상태였던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붙잡혔다.

무심코 먹다가 버린 피자 크러스트(테두리 부분) 조각이 결정적 증거 역할을 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13년간 진범을 잡지 못하고 있던 '길고(Gilgo) 해변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렉스 휴어먼(59)이 지난 13일 뉴욕 맨해튼에서 체포됐다.

13년간 경찰 수사망을 피해 왔던 연쇄살인마가 마침내 덜미를 잡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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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비치 연쇄살인' 용의자 렉스 휴어먼 체포
현재 여성 4명 살해 혐의... 희생자 늘어날 수도
미국에서 13년간 미제로 남았던 '길고(Gilgo) 해변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렉스 휴어먼. 서퍽 카운티 보안관실 제공

미국에서 13년 동안 미제 상태였던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붙잡혔다. 무심코 먹다가 버린 피자 크러스트(테두리 부분) 조각이 결정적 증거 역할을 했다.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유전자정보(DNA)와 피자에 남아 있던 DNA가 일치했던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13년간 진범을 잡지 못하고 있던 '길고(Gilgo) 해변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렉스 휴어먼(59)이 지난 13일 뉴욕 맨해튼에서 체포됐다. 그는 2010년 시신으로 발견된 여성 세 명을 살해한 혐의(1·2급 살인)로 기소됐고, 2007년 실종된 또 다른 여성 한 명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뉴욕주 롱아일랜드 사우스쇼어에 있는 길고 해변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벨트나 테이프로 묶인 채 삼베로 된 천에 싸여 있는 등 비슷한 방식으로 묻혀 있었다. 일대에서 발견된 시신은 16구에 달한다. 모두 살인 사건 희생자인지, 동일범 소행인지 등은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연쇄살인 희생자로 추정되는 여성 시신만 최소 10구였다는 점에서, 휴어먼의 혐의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3년 동안 휴어먼이 꼬리를 잡히지 않았던 건 '철저한 이중생활' 덕분이었다. 롱아일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줄곧 길고 해변 인근 집에서 살았다. 1987년 맨해튼에서 건축 컨설턴트로 첫발을 디딘 뒤 1994년 맨해튼 5번가에 'RH 아키텍처'를 차린, '평범한 이웃'이었다. 1990년 결혼해 두 아이를 둔 아버지이기도 했다.

주변의 증언은 엇갈린다. 휴어먼과 30년간 함께 일한 스티브 크램버그는 NYT에 "밤낮으로 일할 수 있는, 약간 괴짜 같았지만 박학다식하고 일 처리에 매우 능숙했던 사람"이라며 "아내와 노모에게도 헌신적이었다"고 말했다. 고객의 신뢰를 받는 베테랑 건축 컨설턴트였다고 한다. 반면, '위협적 인물'로 비치기도 했다. 이웃 니컬러스 퍼쇼(24)는 "그와 마주친 몇 차례 모두 유쾌하지 않았고, 가까이하고 싶지도 않았다"며 "(이번 체포 소식은) 소름 끼치지만 전혀 놀랍지 않다"고 전했다.

15일 미국 뉴욕주 경찰관들이 롱아일랜드 매서피쿠아파크에 있는 렉스 휴어먼의 자택을 수색하고 있다. 매서피쿠아파크=AP 연합뉴스

휴어먼이 용의선상에 오른 건 지난해 3월이다. 살해된 여성 중 한 명의 실종 장소 근처에서 휴어먼의 차량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오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수사팀은 희생자들의 실종 몇 시간 전에 휴어먼이 자택과 맨해튼 사무실에서 일회용 선불폰으로 이들과 연락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그가 가명 이메일 계정으로 가학적 포르노 영상을 검색하는가 하면, 길고 해변 연쇄살인 희생자 사진 및 관련 기사를 반복해 찾아봤다는 것도 파악했다.

경찰은 증거 확보를 위해 휴어먼을 감시해 왔다. 그러다 지난 1월 휴어먼이 피자 상자를 맨해튼 사무실 밖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발견했다. 상자에는 그가 먹다 남긴 피자 테두리 조각이 들어 있었다. 서퍽 카운티 법의학연구소는 피자 테두리에서 나온 DNA를 희생자 시신을 감쌌던 삼베에서 발견된 남성 머리카락의 DNA와 대조했고, 지난달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3년간 경찰 수사망을 피해 왔던 연쇄살인마가 마침내 덜미를 잡히는 순간이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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