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동차·석유·가스…‘2년간 34조’ 인플레 국면 ‘횡재이익’ 챙긴 기업들
■횡재이익(Windfall Profit)이란?
- 시장의 극단적인 변동이나 다른 운 좋은 상황이 맞물려 기업이나 개인이 예상보다 큰 규모로 벌어들인 이익을 말한다. 주로 특정 재화나 서비스가 일시적인 공급 부족을 겪어 가격이 치솟을 경우 발생한다. 시장 변동이 발생하면 특정 산업군에 속하는 기업 전반이 횡재이익을 얻게 되지만 개별 기업 단위로 횡재이익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영어 표현 ‘Windfall Profit’은 ‘바람에 떨어진 과실’에서 유래했다.
코로나19 위기와 글로벌 물가 급등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2년 동안 30조원이 넘는 ‘횡재이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석유·가스나 기타 원자재 등 인플레이션을 주도한 산업군의 이익이 큰 폭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시장 지배력을 가진 대기업이 물가 상승을 틈타 이윤을 늘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횡재이익은 소비자에게 전가되며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기업 탐욕에 따른 물가상승)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포브스 글로벌 2000’에 속한 45곳의 국내 대기업이 2021~2022년 벌어들인 횡재이익은 288억달러(약 34조원)에 육박했다. 분석 결과 이들 기업은 지난 2년 동안 2017~2020년 대비 30% 이상 높은 이익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포브스 글로벌 2000은 포브스지가 매해 발표하는 세계 상위 2000개 글로벌 대기업 목록을 말한다.
앞서 지난 6일 국제구호기구 옥스팜과 액션에이드는 포브스 글로벌 2000에 속한 기업 722곳이 지난 2년 간 매년 1조 달러 이상의 횡재이익을 벌었다고 공개한 바 있는데, 같은 기준에 따라 국내 기업만 추려 분석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 옥스팜 등은 2017~2020년 연평균 이익의 10%를 초과한 이익을 횡재이익으로 규정했다.
연도별로 보면 국내 45개 대기업은 2021년에는 247억달러(약 28조원), 2022년에는 41억달러(약 5조원)의 횡재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2017~2020년 연평균 총 이익은 713억 달러였는데 2021년과 2022년에는 평균 928억달러를 벌어들이며 이익이 30% 이상 급증했다. 이 기간 37개 회사의 이익이 늘었으며 8개 회사는 이익이 감소했다.
2년 간 가장 많은 횡재이익을 본 기업은 현대자동차였다. 횡재이익 규모는 70억달러(약 8조원)에 달했다. 이 외 포스코가 45억달러(약 5조1000억원), LG화학이 26억달러(약 3조원), 에스오일(S-OIL) 25억 달러(2조9000억원) 등 순이었다. 이익 증가율은 에스오일이 독보적이었는데, 2017~2020년 연평균 7000만달러(800억원) 적자를 보다가 지난 2년 간 연평균 12억4000만달러(1조4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산업별로 보면 원자재와 내구 소비재, 은행, 금융업 4개 산업의 횡재이익이 전체 68.5%를 차지했다. 이익 증가율로 보면 석유·가스(108%), 내구재(100%) 등 지난해 물가 상승을 주도한 품목 기업이 두드러졌다. 석유·가스를 제외한 원자재(Materials)의 경우 이익은 세 배 가까이(184%)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진 대기업이 물가 급등기를 기회 삼아 이윤을 챙기면서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시된다. 장혜영 의원은 “물가 상승을 견인했던 산업군에 속한 기업의 횡재이익이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대기업이 가격을 높게 책정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그리드플레이션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시장지배력을 활용해 더 높은 이윤을 벌어들이는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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