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삼킨 귀농의 꿈…진흙밭 된 비닐하우스
“귀농한 지 겨우 3년밖에 안됐는데 폭우에 쑥대밭이 됐네요.”
16알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호계리에서 만난 변모씨(42)는 진흙밭으로 변한 자신의 비닐하우스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오송에는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4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미호강 범람으로 덩달아 변씨 농장과 400여m떨어진 하천도 덩달아 넘쳤다. 쌍청리에 사는 변씨는 “지난 15일 아침 물이 비닐하우스 천장까지 차올랐다”며 “오늘 물이 다 빠졌다고 해 농장을 찾아와보니 진흙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3300㎡규모의 변씨의 애호박 농장은 쑥대밭이 됐다. 비닐하우스 7동 모두 물이 들어찬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비닐하우스 내부에 있던 집기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고, 사람 손바닥 크기만한 애호박 잎에는 누렇게 흙이 묻어 있었다. 수확한 애호박을 담는 종이상자 1500개도 물에 젖어 못쓰게됐다.
2020년 경기도 부천에서 귀농한 변씨는 엉장진창으로 변해버린 자신의 농장을 보고 ‘속상하다’고 했다. 그는 “귀농을 결심하면서 1억원을 들여 농장을 마련했다”며 “엉망이 된 농장을 복구하기 위해 친척들이 도와주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다른농가들도 복구인력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호계리에 귀촌을 계획중인 이모씨(69)집도 물에 잠겼다. 화장실 세면대와 변기에는 지난 15일 이곳을 할퀴고 간 흙탕물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흥덕구 가경동에 사는 이씨는 이곳에 132㎡크기의 집을 짓고 귀촌할 계획이었다. 3개월 전 준공을 했고, 입주까지 20여일을 앞두고 있었다.
이씨는 “마을이 물에 잠겼다고 해 찾아와보니 집안에 물이 1m30㎝정도 차올랐다”며 “벽지도 장판도 모두 새로했는데 못쓰게됐다”고 속상해했다.
인근에 사는 김모씨(90)는 2017년에 이어 두번째 침수 피해를 봤다. 김씨의 아들 박모씨(64)는 “어머니는 동네 주민들의 도움으로 대피했지만 침수는 피할 수 없었다”며 “2017년도 홍수에 이어 두번이나 집이 물에 잠겼다”고 말했다. 이어 “저번 수해때는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복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줬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전국에서 수해 피해가 발생하다 보니 자원봉사자 인력이 부족한 것 같다.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충북도에 따르면 16일 오후 4시 현재 충북에서 1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또 벼 395.4㏊가 침수되는 등 498.5ha규모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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