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유럽·미국, ‘홍수’ 아시아···이상기후 이어지는 지구촌

이윤정 기자 2023. 7. 1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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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홍수에 휩쓸리고 유럽과 미국은 폭염에 갇혔다. 16일 가디언·BBC·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각지에서 폭염과 가뭄, 산불과 홍수 등 기록적인 이상기후가 관찰되고 있다. 육지에서 극단적인 날씨가 이어지는 동안 바다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점차 청록색으로 바뀌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가디언,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날 한국에서 폭우로 30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며 구조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피해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BBC는 지난 2주 동안 한국은 물론 인도, 중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에 많은 비가 쏟아져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동북부 아키타에 내린 폭우로 16일 도로가 침수돼 있다. 교도연합뉴스

인도에서는 지난달 시작된 몬순(우기) 이후 폭우 피해 사망자만 600명을 넘어섰고, 2만3000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지난 10일 규슈 북부에 쏟아진 기록적 폭우로 산사태와 홍수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중국은 지난 3~4일 충칭시에 내린 폭우로 15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BBC는 아시아 전역에서 여름철 홍수 피해가 커지는 이유로 ‘지구온난화’를 들었다. BBC는 “많은 요인이 홍수 피해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대기가 달궈지면서 극심한 강우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대기는 더 많은 수분을 머금게 되고, 그 결과 더 많은 비가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쏟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남부에서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기온이 16일 연속 섭씨 43도 이상을 기록했고, 지난 15일(현지시간)에는 최고 기온이 46.11도에 달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사막 데스 밸리의 최고기온이 55도에 달할 것이란 예보도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폭염 경고 표지판이 세워져있다. AFP연합뉴스

유럽 남부도 며칠째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15일부터 이틀간 로마, 볼로냐, 피렌체 등 16개 도시에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이날 최고기온이 38도를 찍었고, 다음주에는 40도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르디니아에서는 2021년 8월 시칠리아에서 기록된 최고기온(48.8도)에 육박하는 48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가디언은 “최근 많은 비가 쏟아졌던 이탈리아에서 갑자기 폭염이 이어지며 극단적인 날씨가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는 최근 폭염이 이어지자 가장 더운 시간인 정오를 전후해 몇시간 동안 아크로폴리스 등 인기 관광지의 문을 닫았다. 15일 아크로폴리스의 최고기온이 48도를 기록하자 방문객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자원봉사자들은 관광지에서 무료 물병을 나눠줬고, 응급 구조대원들이 곳곳에 배치되기도 했다.

캐나다에서는 기후변화로 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이후 발생한 산불은 4088건에 달한다. 올해 산불 등 화재로 인한 소실 면적은 10만㎢를 넘어서 1989년 역대 최고 기록(7만3000㎢)을 갈아치웠다. 캐나다에서는 수개월간 강우량이 평년을 밑돌고 있고, 따뜻한 기온으로 가뭄이 악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캐나다에서 전 세계 다른 지역보다 지구온난화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기후 변화로 인해 이상 기후의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바다의 색도 바꾸고 있다. 영국 국가해양학센터(NOC)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바다의 56%에서 색이 변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22년부터 2022년까지 바다 표면에서 초록색 또는 파란색 빛이 얼마나 반사되는지 추적했다. 그 결과 특히 기후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적도 저위도 열대 지역의 바다가 더 녹색으로 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바다색이 녹색으로 변하는 건 기후변화가 바닷속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바다 색깔은 상층부를 구성하는 물질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바다는 햇빛이 비칠 때 붉은색을 흡수해 파란색을 띤다. 기후변화로 식물성 플랑크톤의 수가 변하는 등 해양 생태계에 불균형이 생기면서 바다의 녹색이 짙어졌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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