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의 우크라 '극비방문' 왕복에만 27시간…수해에도 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극비리에 방문하는데 왕복 27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폭우 상황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릎 쓰고 우크라이나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집중호우 피해는 수시로 보고받고 관련 지시를 내렸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16일 오전(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크라이나 방문 계기와 주요 일정 등을 밝혔다.
김 차장은 "5월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서울에 왔을 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초청 친서를 전달받았다. 나토 정상회의에 임박해서 떠나기 며칠 전에 외교채널을 통해서 다시금 초청 요청이 왔다"며 "우리나라와 폴란드, 우크라이나 삼각 협력체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까 현지에서 최종 점검 후에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우크라이나로) 떠날 수 있었다"고 방문 계기를 설명했다.
방문 이유에 대해서는 "몸소 가서 현장을 확인할 때 구체적으로 상황을 평가할 수 있고 피부로 느껴보면서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협력할 수 있는지 식별 가능하다"며 "윤석열 정부의 책임외교, 가치외교 실천 기조가 아시아를 넘어서 유럽과 글로벌 차원에서 긴밀하게 연대한다는 명분도 적용됐다"고 말했다.
가는 길은 험난했다. 전쟁 지역을 관통하는 만큼 항공편과 육로, 기차편을 모두 이용해 극도의 보안 속에 움직였다. 14일 저녁 출발한 윤 대통령 부부와 극소수 참모진은 가는데 14시간, 오는데 13시간 등 모두 27시간 동안 이동했다. 김 차장은 "현지에서 체류시간은 약 11시간으로 몇 배로 이동시간이 더 멀고 험난했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서 어려운 결정해서 다녀왔다"고 했다.
다만 자세한 이동 경로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너무 자세히 말하면 이후 다른 방문객이 힘들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서쪽 국경 중에 가장 안전한 폴란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열차가 지나가는 곳도 러시아의 드론 공격, 폭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윤 대통령 일행이 움직이는 동안 위험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부부는 민간인 피해가 컸던 부차시와 이르핀시를 먼저 차례로 방문했다. 대학살과 폭격의 현장을 전시해놓은 사진전도 보면서 브리핑을 들었다. 이르핀시는 키이우 수도 인근 도시로 수도까지 점령당할 뻔한 마지막 순간에 결연하게 러시아와 전투를 벌여 막아냈다고 해서 '영웅 도시'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불리고 있다. 이어 키이우 수도 내 대통령궁 인근 전사자 추모의 벽에 헌화를 하고 정상회담과 공식 오찬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후 젤렌스키 부부의 안내로 키이우 시내 소피아 성당도 찾았다. 11세기에 지어진 우크라이나 대표적 건축물로 그 문화적 의미 등을 젤렌스키 부부가 직접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 부부는 국립아동병원에 들러서 부상 치료 중인 아동, 그리고 그 가족을 위로했다. 앞서 정상회담이 진행될 동안 김 여사는 젤렌스카 여사와 별도로 키이우 아동인권보호센터를 방문해 전쟁 초기 러시아에 납치됐다 귀환한 어린이들이 정신적 치료를 받는 상황을 살펴보고 이들을 위로했다.
국내 수해 상황으로 복귀를 서두르고 현장에서 화상 연결 등 호우 피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부 일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박물관 방문, 양국 정상 내외 간에 친교 일정도 있었는데 수해 상황을 고려했을 떄 현장 지휘도 필요했고 (그런 이유로) 상대국 정상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국내와 연결해 화상회의를 열었고 폴란드로 돌아오는 기내에서도 한덕수 총리 등으로부터 수해 상황을 보고받고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
국내 호우 상황이 심각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번이 아니면 갈 수 없다는 판단으로 결단을 내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그 시간이 아니면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기회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없을 것처럼 보였다"며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지 않고) 지금 당장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그(수해 피해)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현지에서 수시로 보고받고 필요한 지침을 내리겠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과정에서 무기 지원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직접적 살상 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알고 초청한 것이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뢰탐지 제거장비, 아동을 위한 각별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원, 학생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장비와 프로그램 여기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대폭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바르샤바(폴란드)=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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