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와 박진섭, 그리고 설영우···간절함은 최고인 그들

전북 현대 백승호. 프로축구연맹 제공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3연패를 노리는 황선홍호의 와일드카드(24세 초과 선수)에 시선이 쏠린다. 당초 절대 조건으로 여겨졌던 ‘공격수’는 빠진 가운데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대표팀에 승선한 3명의 와일드카드는 절실함을 안고 금메달을 향한 선봉장에 나선다.

황선홍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1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22명의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홍현석(헨트) 등 주요 해외파들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관심을 모았던 와일드카드 3명 중에 공격수가 없었다. 한국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이천수를 와일드카드로 뽑은 것을 시작으로 매 아시안게임마다 최소 1명은 공격수 쪽에 와일드카드를 썼다.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에 공격수를 뽑지 않은 것은 무려 17년 만이다.

전북 현대 박진섭. 프로축구연맹 제공

황 감독은 “스트라이커는 특별한 포지션이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뽑으면 좋았겠지만 결국 다른 선택을 하게 됐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지금 선택한 공격수들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면 본선에 가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믿음을 보였다.

황 감독이 선택한 와일드카드 3명은 미드필더 백승호와 중앙 수비수 박진섭(이상 전북), 그리고 풀백 설영우(울산)다.

황 감독은 공격수를 뽑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멀티 능력’을 먼저 고려했다.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는 22명이고, 여기에 골키퍼 3명을 제외하면 필드 플레이어는 19명 뿐이다. 무더운 날씨에 타이트한 일정까지 고려하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백승호와 박진섭, 설영우는 모두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을 뿐 아니라 멀티플레이어의 요건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백승호는 중원 지역 거의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고 박진섭은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모두 뛰어난 활약을 펼친다. 설영우는 풀백 중에서도 소수만 가능하다는 좌우 풀백 모두를 소화할 수 있다.

이들 모두 병역 특례 혜택이 필요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그 간절함 못지 않게, 태극마크에 대한 간절함 또한 크다.

울산 현대 설영우. 프로축구연맹 제공

지금은 A대표팀에서도 주축이 된 백승호지만,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그렇지 못했다. 발탁될 것으로 보였지만 끝내 선택을 받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이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도쿄 올림픽에도 나서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설영우는 도쿄 올림픽에서 김학범 감독의 부름을 받아 출전했지만, 한국이 8강에서 탈락하면서 메달 획득의 꿈을 놓쳤다. 아시안게임은 설영우가 금메달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박진섭은 이번이 첫 태극마크라 그 어떤 선수보다도 간절함이 크다. 특히 지난 시즌이 상무 입대 마지노선 나이였던 박진섭은 더 이상 상무에 지원할 수 없는 처지다. 이번에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면 공익근무요원으로 K4리그에서 선수 생명을 이어 나가야 할 운명이다. 간절함, 절박함이 그보다 큰 선수는 없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