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전기차 충전기 美 생산기지 세운다···"1조 매출" 첫걸음
엔지니어 등 핵심인력 채용 돌입
보조금 겨냥 현지생산 능력 확충
年 30% 성장하는 시장 선점 목표
조주완 사장 "솔루션 차별화 전략"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 사업을 조(兆) 단위 규모로 육성하겠습니다.” (조주완 LG전자(066570) 사장)
LG전자가 미국에서 전기차충전기(EVC) 생산 시설 구축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인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LG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시설 구축을 마무리한 뒤 하반기께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착수할 계획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EVC 공장을 구축하기로 결정하고 초기 핵심 인력 채용에 나섰다. 경기 평택 LG디지털파크에 첫 생산 시설을 구축한 후 두 번째이자 해외 최초의 생산 기지다.
LG전자는 포트워스 현지에 새로운 부지를 매입해 투자하기보다 현지에 이미 보유하고 있는 시설의 용도를 변경해 EVC 생산 시설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초기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고 조기에 안정적인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EVC 공장에서 근무할 초기 핵심 인력 확보에도 착수했다. LG전자는 글로벌 공식 채용 사이트를 비롯해 다방면의 구인 채널을 활용해 100명 안팎의 인력 채용에 나선다. LG전자 미국 법인이 낸 공고를 보면 엔지니어·재무·자재·정보기술(IT)·보안·영업·인사 등 거의 전 부문을 망라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전기차충전기 사업의 북미 시장 진출을 앞두고 사전 준비를 위한 인력 채용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첫 해외 생산 기지로 택한 것은 이곳이 전기차 관련 세계 최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정부의 ‘국가 인프라 충전 확대를 위한 특별법(NEVI)’에 따라 보조금을 수령하려면 미국 현지에서 EVC 부품의 55% 이상을 생산해야 하는 사정도 있다. 텍사스주를 첫 생산 기지로 낙점한 것 또한 포트워스를 중심으로 한 텍사스 일대가 ‘전기차 관련 사업의 최적지’로 평가받아서다. 테슬라·리비안 등 미국의 주요 전기차 기업들이 자리 잡은 곳인 데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 비중이 높아 사업 연계를 위해서도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포트워스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리비안이 50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양산 공장을 짓기로 한 곳이기도 하다.
조주완 사장은 12일 미래 비전 발표회에서 EVC 사업을 미래 신성장 사업 중 하나로 지목하면서 2030년까지 1조 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조 사장은 “초기에는 전기차(EV) 충전기 사업으로 진입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차별화된 EV 충전 솔루션 업체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2018년 전기차 충전 솔루션 선행 개발에 착수했고 지난해 11월 조직 개편을 통해 EV충전사업담당을 신설하는 등 일찌감치 EVC 사업에 힘을 실어왔다. 지난해 6월에는 GS에너지·GS네오텍과 공동으로 전기차 충전기 전문 업체인 애플망고를 인수하기도 했다.
LG전자가 비전 선언 직후 곧바로 생산 시설 구축에 뛰어든 것은 2030년까지 연평균 30%씩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속도’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독일의 컨설팅 업체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부품 등을 제외한 EVC 시장은 지난해 86억 달러(약 10조 9200억 원)에서 2030년 723억 달러(약 91조 82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30.1%에 달한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기 전문 업체인 자회사 ‘하이비차저(옛 애플망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LG’ 브랜드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TV·가전제품으로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이용해 제품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 현지화를 위해 국제표준이자 LG전자가 채택하고 있는 CCS 방식 대신 테슬라의 충전 방식인 NACS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사업에서 보여줬던 추진력을 다시 보여준다면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조기 육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시장인 만큼 조기에 안정적인 시장 진입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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