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걱정에 밥도 안 넘어간다”…전북 익산, 제방 붕괴 우려에 631명 대피
익산 산북천 제방 붕괴 우려에 주민 631명 긴급 대피···농작물·시설하우스 침수 심각
“하늘에 구멍이 뚫린 건지, 내 평생 이런 비는 처음이여.”
16일 오후 전북 익산시 용안면 용안초등학교 강당. 제방 붕괴 위험으로 피신한 임모씨(63)는 “서둘러 몸만 빠져나왔다. 주변의 논과 밭 축사도 물바다가 됐다”면서 “창고에 쌓아 놓은 벼 걱정에 밥도 안 들어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폭우가 이어지고 대청댐 방류량이 늘어나면서 금강 하류 지역인 익산 용안면 석동배수장 인근의 산북천은 제방 붕괴 위험이 감지됐다. 익산시는 농어촌공사 결정에 따라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를 안내했다. 용안면 10개 마을 주민 631명은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로 대피한 상태다.
전북지역에 나흘간 최대 500㎜ 이르는 폭우가 내리면서 호남평야가 잠기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누적강수량은 익산 함라 499.5㎜, 군산 480.3㎜, 완주 375.7㎜, 전주 317.6 ㎜ 등이다.
가장 피해가 큰 익산에서는 시설하우스 13㏊가 침수됐다. 오이와 애호박·상추 등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밀집한 망성면에서만 하우스 3000여 동이 지붕만 남겨 놓은 채 물에 잠겼다. 농민들이 배수작업을 벌였지만 물은 순식간에 허리춤까지 차올랐다고 한다.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이날 오후 하우스를 둘러보던 주민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경열씨(51)는 “비가 잠시 멈췄길래 하우스에 와 봤다. 다 잠겼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전씨는 “사람도 지금 다 대피하고 난리인데 하우스 잠겼다고 신경이나 쓰겠느냐”며 “제방이 무너져서 마을이 잠길까 봐 불안하다”고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밖에도 군산 7.1㏊, 완주에서도 5㏊의 하우스가 침수됐다. 농작물 침수 피해 면적도 1만1854㏊로 급격히 늘어나는 등 피해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명 피해도 이어졌다. 익산시 웅포면에서 60대 남성이 농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배수 문제로 다른 주민과 통화한 기록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임실 옥정호에서는 50대 남성이 “수영을 하겠다”며 호수에 들어간 뒤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 당국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사태와 침수 우려로 인한 주민 대피도 이어지고 있다. 전북에서는 최근 군산·익산·무주·부안·완주·장수 등에서 모두 14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군산 51가구 92명, 김제 72가구 93명, 진안 9가구 11명, 부안 9가구 13명이 대피 중이다.
기상청은 오는 17일까지 전북지역에 50~150㎜, 많은 곳은 20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폭우 지속에 따른 재해취약지역 예찰 강화와 피해 상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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