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강풍 뚫고 '60홀 노 보기···박지영의 질주
버디 19, 보기 1개···이승연과 2타 차
첫 시즌 2승으로 통산 6승 기록
최초 '퍼펙트 우승' 불발 아쉬움
박민지 제치고 상금·대상 1위에
박결 3위·손예빈 4위·이소미 5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역사상 최초의 ‘72홀 노 보기 우승’에 한 끗 모자랐다. ‘60홀 노 보기 질주’를 펼친 박지영(27·한국토지신탁)이 72홀을 단 한 개의 보기로 막는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로 왕관의 주인이 됐다.
박지영은 16일 제주 더시에나CC(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총상금 8억 원)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적어낸 그는 2위인 이승연(16언더파)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시즌 두 번째 우승이자 통산 6승째를 올렸다. 개인 통산 첫 다승을 기록한 그는 박민지(2승)에 이은 올 시즌 두 번째 다승자가 됐다.
2023시즌 개막전으로 지난해 12월 열린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5월까지 두 차례 준우승을 포함해 9개 대회에서 6차례 톱 10에 이름을 올리며 상금 1위를 질주했던 박지영은 6월 들어 늘어난 샷 거리에 대한 적응 문제로 잠시 주춤했다. 최근 5개 대회에서 톱 10 진입이 없었던 그는 6월에만 3개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한 박민지에게 상금 1위 자리를 빼앗겼었다.
“아이언 거리가 약 5m, 우드나 드라이버는 7~9m 늘어나 고생했다”는 박지영은 이번 대회를 통해 완벽히 감을 되찾은 모습이다. 첫날 4언더파 공동 3위로 출발한 그는 고르지 않은 날씨 속에서 전날까지 54홀에서 버디만 16개를 솎아내는 눈부신 플레이를 뽐냈다. 거센 비바람이 몰아친 마지막 날에도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묶어 2타를 줄인 끝에 우승한 박지영은 우승 상금 1억 4400만 원을 더해 이번 대회에서 컷 탈락한 박민지(5억 887만 원)를 제치고 상금 1위(6억 3456만 원) 자리를 되찾았다. 대상(MVP) 포인트 부문에서도 3위에서 1위(326점)로 도약했다.
이날 2타 차 단독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박지영은 2번(파4)과 4번(파5), 6번 홀(파5)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낚아 2위 이승연과 격차를 한때 5타 차까지 벌렸다. 6번 홀까지 60홀 노 보기 행진을 이어가며 KLPGA 투어 역사상 최초의 72홀 노 보기 우승도 바라볼 수 있었지만 7번 홀(파4)에서 3퍼트로 첫 보기를 범해 아쉽게 대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폭우로 이 홀 그린 위에 물이 고인 바람에 한참 플레이를 멈춰야 했던 그는 약 3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쳤다.
노 보기 우승 기회는 사라졌지만 박지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16번 홀(파3)에서 티샷이 그린 오른쪽 러프에 빠지는 위기도 있었으나 정확한 어프로치 샷에 이어 약 2.5m의 퍼트를 성공시키는 등 타수를 지켜나간 끝에 “한 번쯤 갖고 싶다”고 밝힌 이 대회의 상징인 왕관을 머리에 썼다. 72홀에서 버디를 19개 몰아치고 보기는 1개로 틀어막은 박지영은 “7번 홀 보기가 아쉽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도 “제일 큰 목표인 시즌 다승을 상반기 마지막 대회에서 이뤘으니, 하반기에서도 빠르게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미국 무대에 도전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두 자리 승수를 거둔 뒤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고진영이 2019년 캐나다 퍼시픽오픈에서, 박인비가 2015년 HSBC 챔피언십에서 72홀 노 보기 우승의 진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2019년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이후 4년 3개월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이승연은 이날 단독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박결이 3위(15언더파), 데일리 베스트인 8언더파를 친 손예빈이 4위(14언더파)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통산 5승 중 제주에서만 3승을 올린 ‘제주 여왕’ 이소미는 2언더파를 쳐 마다솜, 최예림과 함께 공동 5위(13언더파)로 마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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