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시위' 박경석 체포→석방…"반인권적" 지적 나온 이유는?

2023. 7. 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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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연행과정 불법·과잉" 시민단체들 "장애인 혐오하는 제도가 문제"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시내버스 운행 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하루만에 풀려난 가운데, 전장연 및 국내 시민사회 단체들은 경찰의 박 대표 체포 및 연행이 '반인권적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 14일 박 대표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글래드호텔 앞 버스정류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일 오후 2시부터 약 3분간 해당 정류장에서 5618번 시내버스를 가로막아 버스 운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경찰은 업무방해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박 대표는 지난 12일부터 종로1가, 혜화동, 여의도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서울시의 전장연 죽이기 중단',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버스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는 장애인이 탑승하지 못하는 계단 버스를 향해 장애인의 탑승을 요구했고, 버스 측이 탑승을 거부하자 버스를 가로막으며 탑승 요구를 지속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

경찰은 15일 박 대표와 활동지원사를 석방 조치했고, 지난 사흘간 버스 운행을 방해하는 방식의 시위들을 추가로 조사한 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 대표 등 전장연 측 활동가들이 "수차례 버스운행을 방해해 경찰이 충분히 경고했음에도 버스운행 방해를 지속"하고 있어 체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4일 차도를 막고 시위를 벌여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박경석(63)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10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역 인근 의사당대로에서 시위 중인 박 대표에게 업무방해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다고 고지했다. 사진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경석 대표. ⓒ연합뉴스

반면 전장연 측은 경찰의 체포 조치가 불법·과잉 대응에 해당하며 연행과정도 부적절했다는 입장이다. 전장연은 15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박 대표에게 일반교통방해, 버스업무방해, 미신고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현장체포했지만 경찰이 주장하는 모든 죄목은 날조"라고 주장했다.

전장연은 전날 등 지난 사흘간 이어진 박 대표의 '버스 시위'와 관련해서는 "박 대표는 장애인이 탈 수 없는 계단버스를 향해 태워달라고 요구했고, 오히려 버스사업자와 버스기사가 장애인을 차별하고 탑승을 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현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특히 소음 및 교통흐름 방해 등 생활상의 불편을 야기하는 집회 및 시위 또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며 "영등포경찰서는 박경석 대표가 버스 앞을 막은 지 1분 30초 만에 박 대표에게 일반교통방해, 업무방해, 집시법 위반 등의 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행사한 것을 형사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행 및 조사과정에서의 위법 사항도 지적됐다. 최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는 사법기관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사법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장애인차별"이라며 △경찰이 박 대표가 요청한 장애인 콜택시 이동을 거부하고 일반 차량으로 휠체어 이용자를 연행한 점 △조사가 진행된 남대문경찰서에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 경사로 설치 등이 미흡한 점 등을 문제로 제시했다.

박 대표는 지난 10일에는 기차교통방해·업무방해·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된 상태다. 박 대표는 지난 3월에도 같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하루만에 석방된 바 있다. 박 대표를 향한 이 같은 경찰의 압박은 결국 서울시 등 여권의 '전장연 때리기'와 이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성공회대인권위, 다양성을향한지속가능한움직임 다움, 국제민주연대 등 총 153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박 대표가 체포된 14일 당일 공동성명을 내고 경찰의 박 대표 체포 행위를 규탄했다.

성명에서 이들은 "(전장연의 버스 시위는) 증증장애인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중단하고 활동지원서비스 서비스추가이용시간까지 중단하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인권후퇴 정책에 맞선 '불복종 시민 행동'이었다"라며 "이번 연행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장애인예산 삭감 등에 의해 비롯됐을 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경찰 등 중앙 정부가 전장연에 대한 공격이 혐오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반증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전장연의 투쟁으로 알려졌다시피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은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박탈된 상태다. 서울시처럼 전철이나 저상버스가 있다고 하는 지역에서조차 그 보급률은 현저히 낮다"라며 전장연 버스 시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에서 운행 중인 저상버스는 총 9840대로, 전체 시내버스 3만 5445대의 27.8% 수준이다. 서울시나 광역시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40% 수준에 이르지만 농어촌 등 지역의 평균 저상버스 보급률은 10%대에 불과하다.

단체들은 "버스나 전철을 타러 가는 인도마다 턱이 있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어려우며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이 있다”라며 “그런데도 지방정부인 서울시는 증증장애인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중단하고 활동지원서비스 추가이용서비스시간까지 중단하겠다고 한다. 이는 장애인시민의 차별을 해소해야 할 지방정부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인권 보장이 부족해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제도 등을 통한 ‘장애인 당사자 활동’을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서울시 및 여당 시민단체 정상화 특위 등은 "예산으로 전장연의 목소리를 길들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15일 오후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전장연 관계자들이 전날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경찰에 체포된 것과 관련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국민의힘 측은 15일 경찰의 박 대표 현행범 체포 상황에 대한 논평을 내고 "여의도 한복판에서 '게릴라 시위'를 벌인 전장연, 시민들의 일상을 파괴하는 '출근길 테러'를 즉각 중단하라"라며 "전장연은 그들의 약자성이 불법행위까지 정당화해 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및 하태경 시민단체 선진화 특위 위원장 등이 이어가고 있던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한편 전장연은 오는 17일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국회의원, 최혜영 국회의원,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 등과 함께 장애인의 탈시설・탈원화 권리 보장을 위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직권조사 신청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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