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야? 사진이야?’…갤러리 히든스페이스, 하이퍼리얼리즘 김대연 초대전

김덕용 2023. 7. 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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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 들어서자 캔버스 위에 화가가 알록달록한 물감으로 수놓은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달려 있다.

김대연 씨는 "단순한 시각적 자극을 넘어서 맛과 향이 있는 오감을 자극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매일 캔버스를 마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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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 들어서자 캔버스 위에 화가가 알록달록한 물감으로 수놓은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달려 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그림이었다. 하얀 과분이 묻은 포도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 허구인지 분간조차 어렵다. 마치 포도 향이 진동하는 것 같다.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극사실주의) 회화를 선보이는 김대연 작가가 혁신적 시도에 독창성까지 가미한 다채로운 작품을 들고나왔다.
하이퍼리얼리즘 김대연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내부 모습. 히든스페이스 제공
갤러리 히드스페이스는 8월 12일까지 ‘포도 익는 계절’을 주제로 김대연 작가 초대전을 연다고 16일 밝혔다.

하이퍼리얼리즘은 1960년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일어난 '파퓰러 아트(Popular Art)'를 줄여서 팝 아트의 영향을 받았다. 대중적인 성격이 그대로 이어져 의미 없는 일상의 것들이 작품의 주 소재가 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동시에 결국 이것도 사실이 아닌 묘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다.

계명대학교 출신인 작가가 포도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처음에는 포도와 풍경을 함께 제작하다 2008년부터 본격적인 '포도 작가'로 나서게 됐다.

작가의 초기 작품이 바구니에 나열한 군집의 포도를 부감법(시선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조감법)으로 사진보다 정교한 묘사로 표현했다면 현재는 자연 상태 그대로 이슬을 머금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포도송이에 역광 투사해 비치는 포도의 신비스러운 색을 포착하고 있다.
김대연 작가. 히든스페이스 제공
작가는 “컨셉만으로도 예술이 되는 시대에 공력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사진을 그대로 옮기거나 껍데기만 그리는 행위에 빠지지 않고, 빛을 받을 때 투명하게 비치는 과즙, 표면 위로 베어져 나온 당분, 포도 알맹이 사이의 공간감 등을 표현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작가가 한 모티프를 고수하는 이유는 포도가 예부터 다산과 부를 상징하며 '신의 열매'로 불려 왔기 때문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물방울과 물은 생명의 근원을 상징한다. 작가는 작품을 제작할 때 영감, 예술성, 장인정신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김대연 씨는 "단순한 시각적 자극을 넘어서 맛과 향이 있는 오감을 자극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매일 캔버스를 마주한다"고 말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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