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 4년간 권리구제 14.5%뿐...하청노동자 '사각지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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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접수한 '원청에 의한 하청 노동자 갑질' 사례 103건 중 일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규정한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이 16일 4주년을 맞았지만 이 같은 원청업체 직원의 갑질은 여전히 법망에서 벗어나 취약 노동자들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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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갑질' 등 절반 이상은 행정종결
"원청 직원 갑질, 원청 회사가 책임져야"
"원청업체 직원 대신 업무를 처리하고, 새벽이나 밤늦게 자신을 태워서 출퇴근하라는 연락을 자주 받았습니다. 그래도 정직원 시켜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참고 일했지만 어느 날 "넌 절대 정직원 못 된다"고 하더군요. 너무 막막해 원청업체에 상담을 요청했지만 어떤 설명도 없었습니다."
결국 사직서를 낸 하청업체 소속 A씨
"원청업체 직원이 허리를 만지거나, 손을 뻗어 가슴을 만지려고 시늉하는 등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원청업체에도 알렸지만 가해자에겐 아무 징계도 없었고 저는 매일 일터에서 그 사람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성적 수치심과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다 사직한 하청업체 직원 B씨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접수한 '원청에 의한 하청 노동자 갑질' 사례 103건 중 일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규정한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이 16일 4주년을 맞았지만 이 같은 원청업체 직원의 갑질은 여전히 법망에서 벗어나 취약 노동자들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년간 정부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중 권리구제가 된 비율은 14.5%에 그쳤다.
이날 직장갑질119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4년간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갑질로 신고된 2만8,731건 중 권리구제가 이뤄진 사건은 4,168건(14.5%)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마저도 개선 지도(11.3%)가 대부분이었고 검찰 송치는 1.7%, 과태료 부과는 1.3%였다.
심지어 전체 신고의 절반이 넘는 1만4,751건(51%)은 '기타'로 분류돼 행정종결됐다. 고용부 설명에 따르면 기타 항목에는 '법 적용 제외(사업장 규모,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원청·노사), 조정 위한 임의취하, 동일 민원, 고소 접수 등'이 포함된다. 직장갑질119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하청노동자 등 사각지대 노동 약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이를 현행법의 '구멍'으로 지목한다. A씨나 B씨처럼 하청업체 노동자가 함께 일하는 원청업체 직원으로부터 괴롭힘이나 성희롱을 당해도 보호할 방안이 없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회사에 속한 게 아니기에 법적으로 원청업체 가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인정되지 않고, 원청업체도 조사나 징계 등 후속 조치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도리어 일부 원청업체는 문제를 제기한 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기도 한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청 갑질 해소 방안 토론회'에서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원청업체가 직장 내 괴롭힘 사용자로서 각종 조치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하청업체 직원의) 괴롭힘 피해 신고를 이유로 원하청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게 근로기준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원청 갑질'을 산업안전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옛날처럼 기계, 기물에 의한 산재뿐 아니라 앞으로는 대인 간 업무 관련 스트레스, 우울증 등을 산재로 보고 작업장 안은 물론 연계된 작업장들을 모두 아우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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