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최소 35명 사망…3년만의 최악 인명피해
지난 9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최소 35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기록적 장마로 46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던 2020년 이후 3년만에 최악의 인명피해다.
피해 복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오는 18일까지 충청권, 전북, 경북북부 내륙을 중심으로 최대 300mm의 큰 비가 내릴 전망에 실종자 수색과 복구에 난항이 예상된다.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이날 오전 11시 기준 집계한 호우 인명피해는 모두 43명(사망 33명·실종 10명)이다. 이날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차량 침수사고 수색으로 사망자가 발견되면서 오전 6시 기준 집계보다 사망자가 7명 늘었다.
특히 지하차도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물이 오송지하차도로 들이닥쳤다. 이 사고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물에 잠겼다. 이후 지하차도에서 물을 빼내는 작업과 함께 진행된 내부 수색 과정에서 총 8명의 시신이 인양됐다. 전날 숨진 1명을 포함하면 지하차도 사망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총 9명으로 늘었다.
소방당국은 밤 사이 구조대가 진입할 수 있는 정도의 배수 작업이 진행되자 오전 6시쯤부터 잠수부를 투입해 본격적으로 수색에 나섰다. 지하차도 배수와 수색 작업에는 경찰과 소방을 비롯해 공무원 등 총 411명이 투입됐다. 대용량 펌프, 굴삭기 등 장비 65대도 투입됐다. 사고 이후 지하차도로 물이 더 들이치지 않도록 미호강변 물막이 공사도 완료된 상태다.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이들은 청주 시내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문화재 피해도 컸다. 공산성, 부소산성, 석장리유적, 부여 왕릉원, 문수사, 서천읍성 등 도내 곳곳의 문화재 8건이 일부 유실되거나 침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폭우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북에서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예천 마을은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순식간에 토사가 마을 주택가를 덮쳐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12시 기준 예천은 사망자 8명, 실종자는 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망자는 산사태로 매몰되거나 주택 침수 등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에서 호우로 사전 대피한 주민은 13개 시도 90개 시군구에서 7866명으로 늘었다. 이 중 3495명이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시설 피해도 속출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공공시설 피해는 149곳이다. 도로 사면유실 19건, 도로파손·유실 32건, 옹벽 파손 5건, 토사유출 19건, 하천제방유실 49건 등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유시설 피해는 이날 오전까지 총 124건 발생, 주택 침수 33동, 주택 전·반파 15동, 어선 피해 6척, 차량침수 63대, 옹벽파손 등이다.
이번 호우로 통제된 도로는 216곳이다. 이 가운데 국도는 10곳의 통행이 제한되고 있다. 철도는 전날부터 일반열차 모든 선로의 운행이 중지됐으며 KTX는 일부 구간은 운행 중이지만 호우로 인해 서행하고 있다.
태풍과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2020년 기록적 장마 이후 가장 클 전망이다. 2020년에는 장마철(중부 기준 54일)이 역대 가장 길었고 하이선, 마이삭, 바비 등 4개의 태풍이 상륙한 탓에 피해가 극심한 탓에 총 46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앞서 태풍·호우 사망·실종자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한 자릿수였다. 2015년에는 한명도 없었다. 그러다 2019년에는 18명으로 늘었고, 2020년(46명), 2021년(5명), 2022년(30명) 등이었다.
정부는 긴급 상황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50분(한국시간 오전 11시50분) 폴란드 현지에서 중앙안전대책본부와 화상으로 연결해 집중호우 대처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호우 피해상황과 대응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경찰은 지자체와 협력해 저지대 진입 통제를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해 달라"고 주문했다.
행안부는 집중호우 피해 지역에 수해복구 지원을 위한 시·도 및 시·군·구 단위 '재난현장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이하 지원단)을 가동키로 했다. 이재민 구호와 급식·급수 지원, 환경정비 등을 중점 지원한다. 향후 피해 가옥 정리와 세탁, 농작물 복구 지원 등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한편 장마는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9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지속해서 내릴 전망이다. 오는 18일까지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제주도산지에 비가 100~250㎜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충청권, 전북, 경북북부내륙에서는 많으면 300㎜ 이상 비가 더 쏟아질 전망이다. 서울, 인천, 경기북부, 남부내륙·산지를 제외한 강원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20∼60㎜ 비가 내리겠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청주(충북)=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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