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하입 보이’ 프로듀서 250의 ‘뽕 차오른’ 무대
지난 15일 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이태원의 어느 클럽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맥주 한잔씩을 손에 든 관객들은 번쩍이는 형형색색의 조명 아래에서 눈을 감은 채 몸을 흔들었다. 이들을 무아지경에 빠지게 한 음악은 K팝도 힙합도 아닌 ‘뽕’.
이날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는 음악 프로듀서 250(이오공·본명 이호형)의 첫 단독 공연 <아직도 모르시나요>가 펼쳐졌다. ‘쿵작쿵작’ 심장을 뛰게 만드는 빠른 bpm의 곡부터 ‘모든 것이 꿈이었다’고 고백하는 중후한 보컬의 곡까지 250의 오묘한 음악 세계는 관객 300여명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오후 9시 정각 화려한 무늬의 검은색 셔츠에 트레이드마크인 장발머리를 한 250이 무대 위에 등장하자 관객석에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다소 느릿한 템포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시작으로 ‘이창’ ‘레드글라스’ 등이 차례로 이어졌다.
250은 현재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 뮤지션 중 하나다. 힙합과 K팝 프로듀서로 활동해온 그는 7년간의 음악적 탐구 끝에 지난해 3월 첫 번째 정규 앨범 <뽕>을 발표했는데, 트로트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변주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지난 3월 열린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과 ‘올해의 음악인’ 부문을 포함해 4관왕을 차지했다.
250은 지난해 혜성처럼 나타난 ‘슈퍼 루키’ 뉴진스의 프로듀서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최고 히트곡이자 데뷔곡인 ‘어텐션’과 ‘하입 보이’, 올 초 전국을 뒤흔든 ‘디토’ 모두 250의 작품이다.
공연이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속도가 160bpm에 이를 만큼 빠른 속도의 ‘뽕’ 음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느릿느릿 움직이던 관객들 몸짓이 빨라졌다. 일부는 클럽에 온 듯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기도 했다.
250의 음악 세계가 무엇 하나로 정의내릴 수 없는 만큼 관객 역시 다양했다. 대부분 20~30대 청년이었으나 중장년층 관객도 있었다. 홀로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즐기는 외국인 관객도 보였다. 대학원에 다니는 전대한씨(29)는 이날 공연장을 찾았다. 평소 250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그는 “리믹스한 음원과 <뽕> 앨범 수록곡을 재미있게 잘 섞은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뽕> 앨범에 참여한 트로트 가수 나운도, <아기공룡 둘리> OST의 주인공인 가수 오승원이 직접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무대 한쪽에서 희미한 조명을 받으며 등장한 나운도가 “나를 두고 떠난 사람 어디쯤에 갔을까 (중략) 저 하늘의 별들은 저마다 이별 없이 살려나”라는 가사의 ‘모든 것이 꿈이었네’를 열창하자 뜨겁게 달아올랐던 공연장 분위기가 구슬프게 바뀌었다.
오승원은 <뽕> 앨범 수록곡인 ‘휘날레’를 특유의 동화적인 목소리로 소화하며 공연 말미를 장식했다.
250은 70분 넘게 이어진 공연을 말 한마디 없이 이끌었다. 별다른 인사도 없이 등장해 공연이 끝날 때까지 오로지 음악을 선보이는 데 집중한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객과 교감하는 듯했다.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를 때쯤 250은 추억의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의 주제곡을 키보드로 연주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관객들이 “호이 호이 둘리는 초능력 내 친구~” 하며 떼창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세종문화회관이 기획한 ‘싱크 넥스트23’ 프로그램 중 하나로 마련됐다. 싱크 넥스트는 장르 구분이나 작품 형식과 같은 관습적 기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안하는 여름철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처음 시작됐다. 지난 6일 막을 올린 올해 공연은 오는 9월10일까지 진행된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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