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통제 필요하다” 주의에도 방치…반복되는 지하 침수 사고 결국 인재

강정의·이삭 기자 2023. 7. 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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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에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6일 실종자 수색과 배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지하차도에는 차량 15대가 고립되고 7명이 사망했다. 성동훈 기자
금강홍수통제소의 조치 요구에도 행정당국 침묵
“정보 공유·신속한 대응의 재난 체계 무너져”
반복되는 지하 침수 사고…“차단시설 도입 시급”

버스 등 차량 15대가 물에 잠겨 9명의 사망자(16일 오후 2시 기준)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가 인재(人災)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도로 침수가 우려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이 제때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커졌기 때문이다.

■6만t 빗물, 3분 만에 침수

16일 금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통제소는 지난 15일 오전 4시10분 홍수경보를 발령한 이후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 등에 “차량 통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홍수경보 발령 당시 “청주시 미호천교 지점의 수위가 계속 상승해 오전 5시쯤 수위표 기준 8m, 해발 기준 27.783m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결국 오전 8시 40분쯤 미호천교 인근의 둑이 유실되면서 하천의 물이 삽시간에 궁평2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사고 당시 충북도가 공개한 패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지하차도는 마치 배수구처럼 미호강에서 범람한 물을 빨아들였다. 이 지하차도는 미호천교와 직선거리로 불과 600m 거리에 위치해 있다.

길이 430m·높이 4.5m의 지하차도 터널은 2~3분 만에 6만t의 물로 가득 찼다. 거센 물길이 지하차도 입구를 덮쳤고, 당시 이곳을 지나던 시내버스와 트럭, 승용차 등 15대 차량들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청주국제공항~오송역을 운행하던 시내버스는 폭우로 침수된 다른 도로를 피해 노선을 우회했다가 변을 당했다. 일부 탑승자들은 차량에서 탈출했으나 상당수는 순식간에 들어찬 물에 꼼짝없이 차량에 갇혔다.

오전 8시45분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5분여 만에 현장에 출동해 1시간여만에 9명을 구조하고 사망한 1명을 찾아냈다. 하지만 무너진 둑에서 계속 물이 밀려와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고 16일 오전 5시55분쯤 잠수부를 투입했다.

금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지하차도 인근의 미호천 수위가 지속적으로 올라가 홍수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한 후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 등 70~80개 기관에 주의토록 통보했다”며 “팩스와 긴급문자를 보낸 후 전화로도 담당자에게 ‘월류 우려가 있으니 차량 통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집중호우에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6일 실종자 수색과 배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되풀이되는 인재, 어김없이 ‘네탓’ 등장

하지만 행정당국의 교통통제는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궁평2지하차도는 가까운 제방과 200m 남짓 떨어져있는데다 인근 논밭보다 지대가 낮아 침수사고가 예견된 곳이었다. 그러나 당국은 홍수 경보가 내려진 후 4시간 30여분이 지나도록 지하차도에 대한 차량 통제를 하지 않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당일 현장에서 구조된 A씨는 “침수를 예상해 지하차도 진입로를 막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왜 통제가 안됐는지 이해가 안된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호우(홍수) 경보가 내리면 무조건 통제를 하는 것은 아니고, 일단은 도로 상황 등 전체적인 상황을 모니터링해 통제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며 “제방이 범람하면서 워낙 짧은 시간에 하천 물이 유입되다 보니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청주시 흥덕구도 제때 차량 통제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흥덕구 관계자는 “사고 당시 곳곳에서 폭우피해가 나 해당 지역에 직원들을 파견해 대응하고 있었다”며 “사고가 난 지하차도는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관할이어서 사업소 측이 교통통제를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인력을 파견하지 않았다. 만약 사업소 측에서 통제 요청이 있었다면 인력을 배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충북도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진행하는 미호강 교량 공사 현장 제방 유실로 보고 있다. 공사 현장 45m 구간에서 제방 둑이 무너지면서 미호강 물이 지하차도로 한꺼번에 쏟아졌다는 것이다.

서정일 청주서부소방서장이 15일 집중호우로 침수사고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현장에서 구조 상황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지하차도나 지하주차장 침수로 인한 인명 피해는 집중호우가 내릴 때 마다 반복되고 있다. 2020년 7월23일 부산시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차량 7대가 불어난 물에 잠겨 3명이 숨졌고, 지난해 9월 6일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폭우로 침수돼 7명이 사망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020년 부산에서 지하차도 침수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지하차도 침수를 막기 위한 자동 차단시설 도입과 관련된 논의가 줄곧 이뤄져왔다”면서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러한 통제 조치들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은 의문”이라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 8월 침수 우려 지하차도에 대한 자동 차단시설 도입 설치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대전과 경기도 안양 등 일부 지자체에 자동 차단 시스템이 도입됐다. 이번에 사고가 난 지하차도는 올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자동 차단시설 설치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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