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M, 호모어바누스를 공간에서 해방시키다
오늘날 인류는 '호모 어바누스(Homo Urbanus)'로 불린다. 전 세계 인구 78억명 가운데 51%인 40억명이 도심에 밀집해 살고 있고, 1000만명 이상인 메가시티(Megacity)만 33곳에 달해서다. 편리함, 안락함, 경제성에 도시는 그 어느 때보다 사랑받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에는 어둠이 함께 존재한다. 호모 어바누스가 비좁은 땅에 몰려 살면서 도로는 몸살을 앓고 있다. 인류에게 새로운 교통수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호모 어바누스가 주목하는 것은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이다. "자율주행으로 교통체증 없이 누비면 얼마나 좋을까" "하늘을 나는 택시가 등장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아이디어는 어느덧 그 꿈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 높디높은 빌딩에서 또 다른 빌딩으로 순식간에 날아오르는 수직이착륙기(eVTOL·An Electric Vertical Take Off and Landing)는 교통체증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2차원인 지상교통을 3차원인 UAM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더군다나 비행기처럼 넓은 활주로가 필요하지도 않다. 또 헬리콥터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도 않는다. 배터리를 장착해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다 보니 공해와 소음이 적다. UAM이 미래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250개사 진출…국내 이통사 투자 활발
수많은 스타트업이 수직이착륙기 산업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에 UAM 스타트업이 200~250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뒤에는 수많은 글로벌 대기업이 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미래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다. 먼저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내 UAM 독립법인인 '슈퍼널(Supernal)'을 설립하고 기체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이동통신사 역시 미래를 선점하고자 합종연횡 중이다.
대표적인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2021년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한국교통연구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올해 6월에는 미국의 대표적 수직이착륙기 업체 조비에비에이션에 1억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진두지휘해 태스크포스(TF)를 구축했고, 꾸준히 이를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동근 SK텔레콤 UAM사업추진팀 매니저는 "UAM은 기체 인증까지 최소 1조원에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파트너들과 함께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SK텔레콤은 미국의 대표적인 업체 조비와 손잡고 경쟁력 있는 기체를 조기에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이르면 2025년에는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작년 11월 김포공항을 중심으로 통신망을 연결했으며, 전남 고흥 국가종합비행시험장 인근에서 5G 상공망 관련 시범 테스트를 끝내기도 했다. SK텔레콤은 UAM 서비스가 완성되면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김포공항까지 30분 이내에 주파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T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17년에 국토교통부와 'K-드론시스템' 개발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2020년 서울에서 사람이 탈 수 있는 드론 택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2021년에는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인천공항공사, 대한항공과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작년에는 UAM 전용 5G 항공망을 구축했다. 특히 기체를 조달하기 위해 현대차그룹과 지분 교환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 시선을 끌었다. 주식 약 7500억원어치를 현대차·현대모비스 주식과 교환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설립한 독립법인 '슈퍼널'이 기체를 제작하고, KT가 통신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모색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영국 수직이착륙기 스타트업인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와 손잡은 상태다. LG유플러스는 2021년 항공대와 협업을 통해 차세대 드론 서비스 발굴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카카오모빌리티, GS칼텍스, 제주항공, 파블로항공,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와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LG그룹은 배터리, 모터 등 수직이착륙기에 필수적인 아이템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 이통사들이 손잡은 수직이착륙기 업체들은 UAM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조비에비에이션은 우버의 우버엘리베이트를 인수해 덩치를 키운 뒤 도요타와 인텔에서 투자를 받았다. 조비에비에이션이 개발 중인 수직이착륙기는 4인승으로 한 번 충전에 시속 320㎞로 최장 240㎞를 나는 것이 목표다.
미래 랜드마크 버티포트를 선점하라
UAM은 통신과 기체만으로 완성할 수 없다. 기체가 이륙하고 내리는 이착륙장인 버티포트가 필수적이다. 버티포트는 '버티컬 플라이트(Vertical Flight)'와 항구인 '포트(Port)'를 합한 용어다. 국내 이통사가 UAM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었다면 건설사는 버티포트 구축에 뛰어들었다. 당장 수익이 나지는 않을 수 있지만, 미래 첨단 빌딩이라는 '타이틀'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버티포트는 크게 버티패드, 버티포트, 버티허브로 분류할 수 있다. 버티패드는 도심 내 이착륙장을 떠올리면 쉽다. 빌딩 옥상에 있는 헬기 이착륙장과 유사하다. 버티포트는 이보다 좀 더 큰 개념이다. 수직이착륙기 2~3대가 내려앉거나 비상할 수 있다. 버티포트가 구축되면 승하차 고객이 몰리고 비즈니스 센터와 연계가 가능하다. 버티허브는 교통 관리 시스템과 정비소를 모두 갖춘 공항 같은 개념이다. 국내 건설사는 이런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우선 현대건설은 보안 검색은 물론, 터미널 등에 대한 설계와 시공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확대해 준도심 지역에서 도입할 수 있는 버티포트 모델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또 GS건설은 버티포트 설계부터 운영에 이르는 솔루션을 마련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설계·시공·운영은 물론, 향후 직접 비행체 제작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가 있으며 롯데건설은 '유럽 첨단항공 모빌리티 실증행사'에 참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제는 안전성·경제성 검증할 때
한국 정부는 실증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을 국가전략기술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더 나아가 국토부는 지난 5월 '도심항공교통의 2단계 실증사업'을 위한 버티포트 입지를 공개했다. 현재 아라뱃길 노선, 한강 노선, 탄천 노선 등이 공개됐다. 총 3단계다. 1단계는 아라뱃길 노선(드론시험인증센터∼계양 신도시)으로 내년 8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실시한다. 준도심지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것이 목표다. 이어 2단계는 한강 노선(김포공항∼여의도공원∼고양 킨텍스)이다. 2025년 4월부터 한 달간 실시된다. 3단계는 2025년 5월부터 한 달간 이뤄지며 탄천 노선(잠실헬기장∼수서역)에서 실시된다.
숙제도 있다. 바로 안전성과 수익성이다. UAM 강국인 미국은 현재 비즈니스 모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토드 피터슨 라쿠나테크 컨설턴트는 "지금까지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드는 게 90% 완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도시 교통을 어떻게 연결해서 수익을 창출하는지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UAM 업계에서는 기체당 제작 비용을 130만달러로 추산하고 있지만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이보다 최대 3배 높은 300만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일당 승객 운임비도 업계 기대치인 86센트보다 높은 3~4달러로 예상된다. 우버 요금인 마일당 약 1.5달러보다 2배 이상 높은 셈이다. 또 다른 숙제는 안전성이다. 하늘을 나는 수직이착륙기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신뢰를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FAA는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버티포트에 대한 당초 허가안에는 활강 공간이 없었지만 작년부터는 의무적으로 활강 공간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 같은 숙제에도 UAM은 분명한 미래다. 로빈 라이델 맥킨지 에어로스페이스 부문 컨설턴트는 "올해는 UAM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끝내는 해가 될 것"이라며 "2024년 기체 인증까지 마치면 UAM이 성큼 다가오는 것을 목격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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