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만에 '윤석열차' 결정문 전문 공개한 인권위원회

문체부 보도설명자료 발표 시점 이유로 표현의 자유 침해 불인정
의견문에선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 요구 "결격사유 명확히 해야"
민주당 문체위원, 17일 기자회견 예고 "인권위 자성하라"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4일 '윤석열차' 사건과 관련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이 담긴 결정문을 공개했다. 인권위 결정은 지난 4월24일 나왔지만 2개월 넘게 지나서야 결정문 전문을 공개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오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원회의 자성을 촉구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한 고등학생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 '윤석열차'를 통해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전시됐다. 이에 문체부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정치적인 주제의 작품을 선정·전시했다며 '엄중 경고'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지난 4월 진정을 각하했으나 문체부 장관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내용의 의견을 표명했다. 당시 결정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누리집 갈무리

최근 인권위는 결정문 전문을 공개했다. 이제야 결정문 검토를 마쳤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윤석열차 작품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는 문체부의 보도·설명자료가 작품 발표 이후인 지난해 10월 배포됐다면서 “문체부 장관의 보도·설명자료는 기본권 행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고 했다. 더불어 문체부 보도·설명자료로 고등학생의 인격권이 침해됐을 가능성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인권위는 의견표명을 통해 만화영상진흥원이 향후 공모전에서 공모요강 결격사유에 '정치적 의도'를 포함시키는 것은 예술의 자유 관점에서 정당하지 않다고 했다. 인권위는 “모든 정치적 견해를 학생 만화의 주제에서 배제하는 것은, 예술의 수단으로 행해지는 정치적 표현도 보호하고자 하는 예술의 자유의 관점에서 정당화되지 않는다”며 “작품의 정치적 성격을 이유로 하는 결격사항을 정하는 경우에는 공모전에 참여하고자 하는 개인이 '무엇이 결격사항에 해당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명확하게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인권위는 “불명확한 규정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게 되면,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집행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망라하여 과도하게 규제하게 될 위험이 있다”며 문체부가 향후 후원명칭 사용승인 여부를 결정할 때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결격사항이 포함될 경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문체위원, 17일 기자회견 예고 “인권위, 자성하라”

이와 관련해 국회 문체위원장인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문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에 유감을 표명할 예정이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인권위 결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소극적인 결정을 내렸다. 인권의 마지막 보루인 인권위가 현 정부의 눈치를 보며 본안에 대한 판단 자체를 회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며 “인권위가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자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올해 전국학생만화공모전 문체부 후원 신청을 포기했다. 민주당 문체위원들은 “공신력을 인정받던 공모전의 위상이 국가기관에 의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이며 표현의 자유는 자유 민주주의의 토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부 들어 윤석열차 사건 이외에도 예술 분야 곳곳에서 검열 및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표현의 자유가 우리 편에게만 허용되는 선별적 표현의 자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내로남불식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면 더 이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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