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문자ㆍ방송뿐 아니라 주민 신속 대피 시스템 마련해야"

김준호 2023. 7. 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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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한 산사태 조기예보시스템 필요…전문가도 부족해
보호 옹벽ㆍ사방댐 보강하고 취약가구 이주 대책도 필요
산사태에 초토화된 마을 (예천=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15일 오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초토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마을에서 주택 5가구가 매몰돼 4명이 사망하고 1명을 수색 중이다. 2023.7.15 psik@yna.co.kr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수십명이 사망·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주민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데서 나아가 산사태가 나기 전에 주민들을 신속히 대피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행정기관에 산사태 전문가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밀한 산사태 조기예보시스템 필요…전문가 부족도 해소해야

우리나라 처럼 산이 많고 여름철 집중호우가 빈번히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선진적인 산사태 예보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민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산사태재해연구센터장은 1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산사태 조기예측시스템을 좀 더 세밀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 14일 발생한 논산 산사태의 경우 강우 등 동일 조건의 다른 곳은 산사태가 나지 않았다"며 "이런 현상이 왜 다르게 나타나는 지 등 지질학적 연구 결과를 반영해 광역적인 조기예측 시스템을 세밀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피를 위한 골든타임 확보가 필요한데 2∼3분 전에 산사태 발생을 정확하게 예측하더라도 대피할 시간이 없다"며 "산 밑 등 산사태 취약 지역 주민들은 30∼40분 전 재난 문자가 지속해 오더라도 귀찮아하지 말고 위험성을 깨닫고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나 일선 시·군에 산사태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학준 대전대 재난안전공학과 교수는 "산사태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으니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행정기관 등에 산사태 관련 전문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외국에는 산사태 전문가들이 공직에 있으면서 주변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관찰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며 "우리도 산이 보내는 위험 신호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가 각 지역을 맡아 평소 자세히 위험지구를 관찰하면서 산사태에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으로는 사방댐이나 보호 옹벽 등을 보강하고 취약 지역 수시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피해 복구를 서두르고 개선해야 하는 지역이 많은데, 현장을 보면 경사가 급한 데도 무방비 상태인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장이 긴급 안전점검을 벌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보다는 토목구조 전문가가 현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지구 온난화에 맞춰 게릴라성 폭우에 따른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산사태 보호 옹벽과 사방댐 구축 등 사방사업도 추진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위험 지대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을 안전하게 이주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학준 교수는 "사방댐 같은 사방시설도 결국 재원·예산 한계로 거주자가 많거나 규모만 큰 곳에 집중해 설치할 수밖에 없다"며 "산 아래 몇가구 안 되는 취약계층은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만큼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주시키는 등의 예방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남 논산 논산천 제방 붕괴 (논산=연합뉴스) 나흘간 내리고 있는 극한 호우의 영향으로 16일 오전 충남 논산시 성동면 원봉리 논산천 제방 일부가 무너져 있다. 2023.7.16 [충남 논산시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oolee@yna.co.kr

"재난 문자뿐만 아니라 미리 방문해 대피시켜야"

산사태 취약 지역 주민에게 재난 문자나 대피방송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산사태가 우려되면 미리 신속하게 대피시키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사태 피해가 컸던 경북 예천군은 15일 오전 1시 47분 '전 지역 산사태 경보, 유사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 이어 오전 3시 15분과 42분, 43분 '호우로 일부 지역 침수 위험 발생 중, 위급 상황 발생 시 즉시 대피' 등 내용의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산림청은 광역 단위로 산사태 위기 경보를 발령하는데, 위기 경보 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구분된다.

일선 시·군 등 기초자치단체는 이를 토대로 실제 기상 상황 등을 판단해 산사태 특보를 내리고 마을 이장이나 관계자 등에게 전파한다.

산사태 주의보와 경보 등 위험예보는 해당 시·군·구(산림 부서)에 문의하거나 '산사태 정보시스템'(http://sansatai.forest.go.kr) 또는 '산사태 정보 모바일 앱'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을 특정하지 않은 새벽 시간대 재난 문자라는 점에서 대비에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백석리의 한 주민은 "예천군의 대피 방송과 안내 문자가 계속됐다"면서도 "여태껏 산사태가 일어난 적이 없었고, 비가 이 정도로 온 적도 없어서 대피 방송을 계속해도 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산림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산사태가 우려되면 주민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키는 시스템을 공공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잦은 비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주민들이 깊은 잠에 빠진 시간대에 폭우가 쏟아지는데 재난 문자나 대피방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대부분 수십여년 거주지를 지키며 살아온 노인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재현 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 교수는 "강제나 의무적으로 대피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취약 계층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선제적 조치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장마철 산 밑에 사시는 노인 등 취약계층을 미리 살펴보거나 문자와는 별도로 연락을 취해보는 등 특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을 미리 대피소로 이동시키는 등 장마철만이라도 이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어르신들을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 모셔다 놓으면 집이 걱정돼 어느새 또 집에 가 계셔서 경찰관을 대동해 설득해서 다시 모시고 온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남 남해 사방사업 [산림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산림청은 올해 사방사업에 2천981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산림 재해에 대응하고 농·산촌 생활용수 공급 등을 위한 다목적 사방댐도 62억원을 들여 국유림 1곳·사유림 3곳 등 4곳에 구축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사태 예방효과가 입증된 사방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철저한 사전 예방과 신속한 대응·복구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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