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원전 해체기술 경쟁력"… 550조 세계시장 노려
원전 10기 계속 운전 108조 절감
발전기 멈춘 부산 고리 1·2호기 현장에 가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원전을 잘 짓습니다. 이제 짓는 것뿐만 아니라 고리 1호기 해체 작업까지 직접 할 수 있게 돼 세계 원전 해체 시장 참여 기회도 더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첫 원전인 고리 발전소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내며 이같이 말했다. 원전 수출 재개를 위해 뛰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원전 건설부터 재가동, 해체까지 전 주기 기술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자력본부를 찾아 원전 건설·운영·해체 현장을 살펴봤다. 기장군 소재 고리 1호기는 해체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며, 고리 2호기는 계속운전 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해체 앞둔 고리 1호기…수출 밑거름으로
고리1호기으로 들어가기 전 방사선 안전 교육을 받았다. 1급 국가보안시설인 만큼 가지고 왔던 노트북, 스마트폰 등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신분증 제출, 안전화 착화, 견학 카드 작성 등의 사전 준비 절차도 복잡했다. 원전에 들어가는 기자 개인의 안전과 함께 원전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보안도 꼼꼼하게 점검한 후 비로소 들어설 수 있었다.
원전은 원자로 건물, 터빈 건물, 컨트롤 타워인 주제어실, 그리고 보조 건물로 이뤄져 있다. '원전' 하면 떠오르는 콘크리트로 된 둥근 돔 건물이 원자로 건물이다. 원자로 건물 옆에는 터빈 건물이 붙어있다. 터빈 건물은 원자로에서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회전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1978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2007년 6월 30년의 운전허가 기간을 마치고 2008년 1월 1차 계속운전을 시작해 2017년 6월 영구정지됐다. 그동안 발전량은 현재 부산시가 8년간 사용할 수 있는 1560억킬로와트시(kWh)다.
한수원은 2021년 5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고리1호기 해체승인을 신청했다. 원안위는 현재 고리1호기 최종해체계획서(FDP) 인허가를 심사 중이다.
한수원은 원안위 해체 승인 이후 해체완료까지 약 15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2020년 말 기준 추산된 해체 사업비는 8726억원이다. 한수원은 단독 즉시해체 방식으로 제염 작업부터 철거, 부지 복원까지 수행한다. 해체 후 부지 오염도는 산업용 단지로 사용될 수 있을 수준이다.
해체사업은 세계 시장에서도 유망한 분야다. 미국 경제자문회사 베이츠화이트는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규모가 2116년 약 549조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수원도 2021년까지 원전 해체 상용화 기술 58개 개발을 완료하고 수출도 노린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정부 R&D(연구개발)와 연계해 해체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해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라며 "고리1호기를 안전하게 해체하면서 관련 기술도 축적하겠다"고 말했다.
◇잠시 멈춘 고리 2호기…안전운전 만반 준비
고리 2호기 주제어실(MCR)의 계기판에는 '원자력 출력 0%, 발전기 출력 0㎿'라는 숫자가 찍혀 있다. 운영허가 기간 만료로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고리 2호기는 지난 4월8일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돼 가동을 잠시 멈추고 계속 운전에 대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직원들은 정상 가동과 마찬가지로 설비 관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MCR 직원들도 여전히 매일 8시간씩 3교대로 근무 중이다.
한수원은 고리2호기 계속운전 후 늘어날 사용후핵연료에 대비해 저장조 확충도 추진한다. 가로 16.7m, 세로 7.9m, 높이 12.75m의 수조의 물 속에는 사용후핵연료 920다발을 보관할 수 있다. 현재 수조에는 지난 40년간 사용한 핵연료 869다발이 저장됐다. 한수원은 같은 수조에 연료봉을 더 조밀하게 보관해 약 770다발을 더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적인 원전 관리 추세는 안전을 전제로 한 계속운전이다. 미국과 일본은 연장 기간이 20년 단위로 국내 두배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가동원전 439기 가운데 53%인 233기가 계속운전을 승인 받았다. 앞으로 7년 내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국내 원전은 총 10기다. 한수원은 10년간 해당 원전들을 계속운전하면 에너지 비용이 107조6000억원 이상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계속운전 인허가 과정에서 안전 기준 등이 많이 발전했고 설비 개선 사항에 대해 교체 등 조치를 하고 있다"며 "10년 마다 주기적 안전성 평가를 해서 최신 기술을 활용해왔다"고 강조했다.
부산=정석준기자 mp125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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