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고도에서 고려 보물까지···물에 잠기고 쓸려간 문화유산

이영경 기자 2023. 7. 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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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폭우가 쏟아진 충남 공주시 공산성 내 만하루가 물에 잠겨 있다. 문화재청 제공

연일 계속되는 집중호우에 주요 문화유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6일 문화재청은 지난달 23일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국가지정문화재에서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이날 오전 11시 기준 총 31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5시에 집계된 수치 27건과 비교하면 하루밤 사이 4건이 더 늘었다.

피해 문화재는 사적이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천연기념물·국가민속문화재 각 5건, 명승 3건, 보물·국가등록문화재 각 1건이다. 지역별로는 경북 8건, 충남 7건, 전남 6건, 강원·전북 각 3건, 서울·부산·광주·충북 각 1건으로 집계됐다.

주말 동안 비가 집중된 충남에서는 공주·부여 등 백제 고도(古都)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 중 한 곳이자 사적인 공주 공산성에서는 누각인 만하루가 침수됐다. 다른 누각인 공산정 부근 성벽 일부가 유실됐고, 서쪽에 위치한 문루(門樓·문 위에 세운 높은 다락)인 금서루 하단에서는 토사가 흘러내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한반도에 구석기 시대 사람이 살았음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주요 유적인 공주 석장리 유적은 발굴지가 침수되기도 했다.

백제 왕릉과 왕릉급 무덤이 모여 있는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에서는 일부 지역의 토사가 유실됐고, 공주 수촌리 고분군에서는 일부 경사진 면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백제가 부여에 도읍을 둔 사비기(538~660) 왕릉급 무덤이 모여있는 부여 왕릉원에서는 서쪽에 있는 고분군 가운데 2호 무덤 일부가 유실됐다.

부여 부소산성에서는 군창지(軍倉地·군대에서 사용할 식량을 비축했던 창고 터) 경계와 탐방로 일부가 훼손됐다.

계속되는 장맛비에 전국 곳곳에서 국가유산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전남 영광의 보물 영광 신천리 삼층석탑 피해 현황. 문화재청 제공

호남과 영남 지역의 문화재 피해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전남 영광에서는 고려 전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영광 신천리 삼층석탑 주변 석축 약 10m 정도가 무너졌다. 석축은 석탑과 2m 떨어져 있으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임시 가림막을 설치한 상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국가민속문화재인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가옥 4채의 담장이 파손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경북의 명승 문경새재는 배수로 일부가 유실됐고, 경북 봉화 청암정과 석천계곡은 하천이 범람해 주변 가로등, 조명, 난간 등 시설물 일부가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주변 계곡을 출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복구 작업을 진행중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복구 현황을 확인하면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속하게 조치하도록 독려 중”이라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 보수 신청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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