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김홍도미술관, 지역작가의 힘으로 재설계
‘안산’ 지역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는 작가들이 모였다. 안산문화재단 김홍도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지역작가 8인의 작품으로 구성한 ‘10+10: 다시 여는 이야기’ 전시를 9월3일까지 선보인다. 미술관은 지역 작가들이 응축한 에너지와 메시지를 들춰내 관객들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이번 전시는 공립미술관으로서 지난 10년간 미술관의 여정을 반추하고, 다시 시작되는 10년의 시간을 지역의 힘으로 재설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화려한 색채가 눈길을 끄는 영케이 작가의 ‘CLOUDS jelly bean’이 돋보인다. 작가의 구름 시리즈는 밝은 색감이 주는 이미지와 다르게 ‘불안’의 감정을 기록한 것이다. 자작나무의 가지가 떨어지고 남은 검은 생채기를 상처의 흔적으로 본 영케이 작가는 자작나무를 구름으로 형상화했다. 삶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지만, 구름처럼 자유롭고 싶은 의지를 드러냈다.
이민경 작가는 자신의 시간이 담긴 도록, 엽서 등을 절단하고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응축된 삶을 표현했다. 종이를 일정한 크기의 띠로 잘라 쌓고 채워가는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흘러가는 시간을 느낀다. 작가는 이 같은 방법으로 달, 항아리 등의 모양을 채워가는데 마치 작가의 시간을 하나의 작품으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전시에서는 판화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이언정 작가는 비행기, 헬리콥터 등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 본 도시의 모습을 그려냈다. 도시의 마천루를 표현하면서도 곳곳에 토끼 등 작가만의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그림들을 넣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 14년 전 이집트와 터키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도시의 생경함이 이 같은 작업의 계기가 됐는데,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아늑한 도시가 마치 도심 속 공원을 산책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정철규 작가의 작품엔 캡션을 붙이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며 각각 떠올리는 제목을 인정한다. 특히 정 작가는 남성성의 상징인 양복의 검정색 원단을 지지체로 사용해 ‘손바느질 드로잉’으로 강한 대비를 일으키는 이질적인 금·은색의 실로 수를 놓았다. 사회 속에서 가면을 쓰고 살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시적 이미지로 재현해 숨겨진 것이 더욱 더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밖에도 극사실과 초현실주의로 시각적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김세중의 ‘Dream the Eternity’, 종이비행기를 매개로 가상의 공간과 현실을 이으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이윤정의 ‘마음이 날다115’, 콜라주를 선보인 줄라이의 ‘Every But's Tail’, 현상의 번잡스러움에서 벗어나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허재의 ‘변조된 풍경’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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