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의견’은 0.15%에 불과…여전히 매수 일색인 증권사 리포트
지난 1년 동안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표한 리포트 중 ‘매도’ 의견 비율은 0.1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개 증권사는 단 한번도 매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증권사들이 매수 일색 리포트 관행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뾰족한 개선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된 ‘증권사별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을 보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국내 20대 증권사가 리포트에서 종목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낸 비율은 0.15%에 불과했다. ‘매수’ 의견이 92.07%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중립(보유)’ 의견은 7.78%였다.
특히, 20개 증권사 중 16곳은 매도 의견을 하나도 내지 않았다. 이는 지난 3월31일을 기준으로 집계한 통계에서 매수 의견이 91.7%, 중립 의견이 8.1%, 매도 의견이 0.2%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해서도 매수 의견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매수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는 증권사 리포트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증권사 리포트 관행 개선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 5일 증권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리서치 관행 개선 TF 논의과정을 지켜본 결과 (증권사들이) 자성 없이 시장환경만 탓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TF를 3월부터 하고 있지만, 증권사 센터장들도 실무자들도 리서치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의식을 별로 안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다들 ‘이건 예전에도 개선하려다가 못했던 것이고 이번에도 뻔할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더라”고 말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매수 의견 리포트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적 요인이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허과현 한국애널리스트회 회장은 “매수 의견은 현재 시점보다 주가가 상승할까만 판단하면 되지만, 매도 의견이 적절한지는 개별 투자자의 매수 시점에 따라 다르다”며 “특정인을 기준으로 리포트를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도 의견을 낼 요인은 제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하지만 지금 지적되고 있는 것은 매도 의견을 내고 싶어도 못 낸다는 이야기 때문”이라며 “매도 의견을 낸 애널리스트는 향후 업무에서 기업들의 협조를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고, 투자자들에게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의견 리포트를 발표한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에 대해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다’는 주주들의 민원이 쏟아져 해당 애널리스트가 금감원 서면 조사를 받는 일도 있었다. 민원은 결국 기각 처리됐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금감원하고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은 깔끔하게 나온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라며 “답을 내기 쉽지 않은 이슈라 계속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독립리서치를 강화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사실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시장이 어떨지 모르는데 매도 비율을 정한다던가 하는 방안도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리서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독립리서치 제도, 애널리스트의 성과평가 방식 개선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독립리서치의 경우 현재는 투자자들에게 인식이 좋지 않은 유사투자자문업자의 하나로 분류돼 한계가 있다”며 “독립리서치를 위해 새로운 인가 단위를 만드는 등의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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