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노트북·폰 닫아주세요” 첩보영화 같았던 尹 우크라 방문

박상기 기자 2023. 7. 16. 15: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23.7.16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방문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극도의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의 방문 계획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취재진을 상대로도 각별한 보안이 거듭 요청됐다.

“기자분들, 노트북 닫아주세요. 그리고 여기 대한민국 기자가 아닌 분 계시면 나가주세요.”

대통령실은 지난 14일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의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이렇게 말하며 “지금부터 노트북 사용과 휴대폰으로 카카오톡 등 메신저 연락도 자제해달라”고 했다. 브리핑 내용에 대한 공지를 전달받지 못했던 기자단이 웅성거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순방) 마지막 날이 아니고 또 한 가지 방문 일정이 생겼다는 것을 알려드리려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이었다. 그는 “앞으로 2박을 더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서 아주 특별하게 지금부터 엠바고(보도 유예 조치)를 풀 때까지 철저히 지켜달라”고 했다. 이어 “최소한의 빈도로 통신을 하고, 국제전화와 유선전화는 위험하고 국제문자도 위험하다”며 “우회적인 언어로 통신을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이르핀 민간인 주거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보통 언론사는 취득한 정보를 사내에 공유한 뒤 기사 게재 여부를 취사 선택한다. 대통령실은 “절대로 사내에서도 보안이 지켜질 수 있도록 각별히 협조를 구한다”며 거듭 보안에 신경써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일정을 공유하지 말고 ‘순방 기간이 이틀 늘어났다’고만 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안전 지대를 통과할 때까지 정보가 유출되거나 해킹 등 보안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순방에 동행한 기자 각각의 가족에도 알리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방문 가능성에 대해 “그런 계획이 없다”고 부인해 왔다. 대통령 주변 극소수 참모만 이 같은 계획을 공유했고 극비리에 진행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의 방한 때 젤렌스키 대통령의 친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공식 방문을 요청 받았다. 윤 대통령은 고심 끝에 직접 방문을 결심했다고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