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테니스의 봄’을 잠재운 ‘논 시드’ 본드로우쇼바

윤은용 기자 2023. 7. 1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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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가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에서 온스 자베르를 꺾고 우승한 뒤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런던 | 로이터연합뉴스



‘아랍 테니스의 봄’을 꿈꾸던 온스 자베르(6위·튀니지)의 투지는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42위·체코)가 일으킨 ‘논 시드의 기적’에 다시 한 번 허무하게 무너졌다. 2번의 큰 부상을 딛고 다시 일어선 본드로우쇼바가 윔블던 역사에 큰 이정표를 남겼다.

본드로우쇼바는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에서 자베르(6위·튀니지)를 2-0(6-4 6-4)으로 완파하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단식 우승 타이틀을 따냈다.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세계 랭킹 40위대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이 시작된 1975년 이후 본드로우쇼바가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상위 32명에게 주어지는 시드를 받지 못한 ‘논 시드’ 선수가 윔블던 여자 단식을 제패한 것 역시 올해 본드로우쇼바가 최초다. 메이저대회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2021년 US오픈에서 예선부터 뛰어 우승한 에마 라두카누(영국) 이후 2년 만에 나온 논 시드 챔피언이다.

반면 지난해 윔블던과 US오픈에서 준우승했던 자베르는 이번에 아랍 선수 최초의 메이저대회 여자 단식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본드로우쇼바는 화려한 문신으로 눈길을 끈다. 그 중에서도 오른쪽 팔꿈치 부근에 새겨져 있는 ‘비를 맞아야 꽃이 핀다(No Rain, No Flowers)’는 본드로우쇼바의 테니스 인생을 함축하는 문구라고 할 수 있다.

1999년생 본드로우쇼바는 2019년 20세 나이로 프랑스오픈 결승에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애쉴리 바티(호주·은퇴)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앞길에 탄탄대로가 펼쳐진 듯 보였다. 하지만 왼쪽 손목에 큰 부상을 입어 그 해 하반기에는 대회 출전을 거의 하지 못했다.

이후 부상에서 회복해 2021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오사카 나오미를 꺾는 등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올랐다. 벨린다 벤치치(14위·스위스)에 패해 은메달에 그쳤지만 부활에 성공하며 다시 청신호를 켰다. 그런데 또 왼쪽 손목에 탈이 났고,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올해 호주오픈에서 3회전, 프랑스오픈에서 2회전 진출에 그쳤던 본드로우쇼바를 주목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결승까지 총 7경기를 치뤄 그 중 시드를 받은 선수를 5번 만나 모두 이겼다. 특히 끌려가는 경기를 끝까지 버텨 역전승을 만들어내는 장면을 많이 연출했다. 제시카 페굴라(4위·미국)와 8강전에서는 1세트를 내주고 2세트도 1-4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으나 이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자베르와 결승전에서도 1~2세트 모두 먼저 브레이크를 당했지만, 끝까지 버텨 실책이 많았던 자베르의 자멸을 이끌어냈다.

본드로우쇼바는 경기 후 “지난해 윔블던에는 손목 수술을 받고 깁스를 하고 있었는데 올해는 우승을 해 믿기지 않는다”며 “올해 내가 우승하면 코치가 윔블던 배지 문신을 새기기로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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