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엔사와의 전략적 소통 강화 위한 전담조직 만들자
7월은 유엔사가 탄생한 지 7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되는 달이다. 유엔사와 정전협정은 20세기에 우리의 결정적 운명과 함께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유엔사는 군사 조직으로 6·25전쟁 때 공산 전체주의에 의한 무력 공격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함으로써 한미동맹의 출발점이 되었던 핵심 연결 고리다. 유엔사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의 당사자였고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이후에도 평시 정전관리와 전시 전력 제공 임무를 수행한다.
6·25전쟁 당시 교전 쌍방의 무력 행동과 적대행위를 금지한 군사적 성격의 정전협정은 지금까지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해온 중요한 기재이다. 1차 세계대전을 마무리한 베르사유 조약이나 2차 대전 후 일본과 체결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같이 전쟁 책임의 문제나 전후 평화를 위한 조치 등의 정치적 합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정전협정의 서문에는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한국에서의 적대행위와 일체 무장 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정전’이라고, 정전협정의 4조 60항에는 ‘쌍방의 한 급 높은 정치 회의를 소집하고….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건의한다’라고 돼 있다. 정전협정의 성격과 그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는 문항들이다.
1970년대 초 미국은 유엔사 해체를 진지하게 검토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는 성급한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유엔사가 해체되더라도 정전협정의 관리 주체를 한국군으로 변경하고 그대로 유지하기를 원했다. 1975년 미국과 서방이 주도하여 작성된 유엔총회 결의안에서 한국의 긴장 상태는 제거되지 않았고 정전협정이 지역의 평화와 안전 보장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도 언급되었다. 정전협정이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정치∙외교적 제도로써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유엔사가 창설되고 정전협정이 체결될 당시의 대한민국의 위상과 현재의 대한민국의 위상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격차가 있다. 세계 최빈국에서 10위 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고 지난 1월 한 미 주간지의 기사에 의하면 군사력 등 6개 분야가 포함된 ‘2022년 가장 강력한 국가’ 순위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유엔사에 대한 수용국 대한민국의 참여와 역할이 크게 변한 것이 없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미국은 유엔사를 진화시키고 활용하고 있다. 참모부도 재활성화하고 있다.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의 선박 간 환적을 금지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감시활동도 미국, 호주,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 유엔사 회원국을 중심으로 이행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10월 공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자유롭고 안전한 국제 질서 구축을 위해 국가 간의 강력한 연대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동북아 지역에서 현재 17개 유엔사 회원국은 미국에 소중한 전략자산임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이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며 유엔사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엔사의 기능과 역할에 맞는 수준의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다. 2021년 12월 대선 기간에는 유엔군사령부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군복 차림 비무장지대(DMZ) 방문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밝히는 촌극도 벌어졌다. 지난 12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유엔군사령부에 덴마크·독일 등 6·25전쟁 의료 지원국을 참여시키는 사안에 반대하며 당사국을 비롯해 미국·유엔사 측과 임기 내내 갈등을 빚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은 유엔사를 수용한 수용국(Host Nation)이다. 수용국으로서 우리의 미래 비전을 지원할 수 있는 유엔사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유엔사 회피 전략이 아닌 접근 전략, 활용전략의 차원이다. 평시 유엔군사령부의 자격으로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이행되는 모든 사안은 우리의 주권과 관련이 있다. 유엔사 업무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권능이 부여된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정치・군사 전담 대사가 요구된다. 전담 대사의 유엔사와의 업무 범위는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가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3개 부처의 최소한의 실무진도 필요하다.
유엔사와의 전략적 소통 강화를 위한 전담 조직설치는 한・미 동맹 강화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유엔군 사령관과 유엔사 수용국(Host Nation)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담 대사가 함께 유엔사 회원국과 대화하고 한반도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깊이와 외연을 더욱 확장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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