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러시아 옆자리 피하는데..라브로프 설득 나선 박진 “내옆에 앉혀라”
韓 외교장관, 러 외교장관 만나
우리 교민·기업인 안전 당부
부산 거주 러시아人 설명하며
엑스포 자격 박탈된 러시아에
2030 엑스포 유치 설득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하기에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한편 러시아에 거주중인 우리교민들과 기업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설득했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떠난 박 장관은 라트비아 리가를 거쳐 튀르키에 이스탄불까지 육로로 이동한 끝에 12일 밤 비행기 편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박 장관은 13일 인도네시아 외교장관 주최 리셉션과 14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총 3차례 라브로프 장관과 만났다.
첫날 리셉션은 회의에 참석한 외교장관들간에 친교를 도모하는 자리였지만 박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 만나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한국이 내년부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서 활동할 예정”이라며 “러시아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안보리에서 한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건설적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라브로프 장관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러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내 한국 기업 및 교민들의 정당한 이익은 보호돼야 할 것”이란 말도 전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대러 경제제재에 동참하고 있고, 이에따라 러시아는 우리나라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서방국가와 러시아가 공동으로 참석하는 ARF, G20 등 각종 다자회의에서는 러시아를 보이콧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있어왔다. 서방국가 정상이나 외교장관들은 러시아가 참석하는 회의에 일부러 불참을 선언하거나 참석하더라도 러시아 옆자리는 피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G20 외교장관회의에서는 노골적인 러시아 보이콧이 이뤄지자 러시아 외교장관이 회의 기간 중에 먼저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이번에도 아세안 관련 회의 주최국인 인도네시아가 러시아 옆자리를 고민하자 박 장관은 러시아 옆도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세안 관련 회의 기간중 박 장관이 라브로프 장관과 마주칠 때마다 우리 기업과 교민의 안전을 당부하자 라브로프 장관이 박 장관을 피해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박 장관은 2030 엑스포 자격 박탈의 수모를 겪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우리나라의 부산 엑스포 유치를 설득하기도 했다. 러시아 모스크바는 2030 엑스포 유치를 위해 일찌감치 도전장을 던졌으나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치자격이 박탈됐다. 이런 상황에서 박 장관은 러시아 표를 부산에 던져달라고 설득한 것. 박 장관은 특히 부산에 선원을 비롯한 많은 러시아인들이 장·단기 거주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러시아와 부산의 특별한 인연을 설명하자 라브로프 장관은 미처 몰랐다며 놀라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러시아는 지난 1993년부터 서울 외에 부산에 유일하게 영사업무를 하는 주부산러시아총영사관을 두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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