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달려가는 엔비디아·인텔·퀄컴 CEO…"中 규제 완화해달라"

김하늬 기자 2023. 7. 1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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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 수출 제재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 최대 반도체 회사 대표들이 워싱턴으로 달려가 정부 설득에 나선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8일 (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회담 중 악수를 하고 있다. 2023.7.8 /로이터=뉴스1

16일 로이터 및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인텔, 퀄컴,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 중에 미 의회와 행정부 관료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들 '반도체 리더'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중국 반도체 칩 수출 통제 강화 방안에 우려의 뜻을 전달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가 모든 (수출 제한) 조치를 취소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반도체 기술 관련 시장이 아예 단절된다면 자국(미국) 기업의 연구비 지출 능력에도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기술 리더십도 약화하게 된다고 주장할 것"이라 보도했다.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줄면 연구개발도 타격을 받는 등 여파가 크다는 얘기다. 로이터도 "기업인들은 관료들에게 현재 반도체 시장 상황, 수출 통제가 비즈니스 전반에 미치는 여러 가지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행정부의 누구를 만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선 작년 10월, 미 상무부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고 인공지능(AI) 및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인 A100의 중국 수출이 차단됐고 미국 상무부의 수출 제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A800을 중국 수출용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지난 6월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추가적인 반도체 수출 규제 방안을 마련 중에 있으며, 7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고성능 컴퓨팅용 반도체 수출 규제와 더불어 중국 화웨이에 대한 수출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엔비디아의 대안 제품인 A800 등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국에 AI 개발용 반도체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라이선스(정부 허가)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조치가 추가될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AI 칩의 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려는 이유는 중국이 해킹과 간첩 활동, 군대 등에 AI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지난해 수출 규제는 악의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생성형 AI가 광범위하게 소개되기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변화된 여건에 맞춰 규제를 재정비할 필요성도 생겼다.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현지시간)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만나 환영을 하고 있다. 2023.6.20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출 규제 강화에 영향을 받게될 엔비디아의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웨비나(웹 세미나)에서 "장기적으로 중국에 우리 (AI 반도체)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미국 산업이 세계 최대 시장 중 한 곳에서 경쟁하고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영구적으로 상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중국 수출용 AI 반도체를 준비 중인 인텔과 화웨이에 칩을 판매하는 퀄컴도 영향권이다. 퀄컴은 샤오미 스마트폰용 부품을 공급하는 등 중국에서 올리는 매출이 전체의 60%에 달한다. 인텔 역시 최대 수출국가가 중국으로 전체 매출의 25% 규모다. 엔비디아도 중국에서 연간 매출의 20%가 발생한다.

특히 중국 정부가 다음 달부터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갈륨,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겠다며 사실상 보복 조치를 꺼내 든 것도 기업들엔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들은 "수출 규제를 강화됐을 때 글로벌 반도체 리더십에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 (행정부) 관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어떤 칩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는지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로이터를 통해 전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시장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반도체 매출의 33%가 중국에서 발생하며, 일부 반도체 기업은 그 비중이 매출의 60~70%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대중국 정책 기조를 '디커플링'(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위험 관리)로 수위를 낮춘 상태다.

미국 반도체협회(SIA) 회장 존 노이퍼는 "미국과 중국의 지속적인 통제 확대가 미국 반도체 산업 글로벌 경쟁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은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위해, 그리고 글로벌 경쟁자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그곳(중국)에서 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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