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우크라이나 방문 막전막후…극도 보안 속 기차·열차·육로로 왕복 27시간
기자들에 통신 자제 요청하고 가족에도 함구 당부
당초 나토·폴란드 4박6일 순방 6박8일로 이틀 연장
우크라이나 언급 대신 ‘인근국’ 표현 쓰며 극도로 조심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이 때부터 공지하는 일체의 사항에 대해 엠바고(보도유예)를 강하게 요청한다고 말하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깜짝 방문과 관련된 것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이 순방의) 마지막 날이 아니고 또 한 가지 방문일정이 생겼다는 말씀을 공유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결정됐음을 알렸다.
상당수 기자들은 일찌감치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러나 국가안보실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시종일관 “고려한 적 없다”“경호상의 이유로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때까지 최대한 보안에 붙이려는 작전이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로부터 약 2시간 후인 14일 오후 4시 40분경 기차를 타고 우크라이나로 떠났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국가 원수의 안위가 걸린 안보사안인만큼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알려준 것이다.
브리핑에서도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인접국’이라는 단어를 쓰며 극도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순방 기간은 기존 4박6일에서 6박8일로 연장되면서, 윤 대통령의 순방 취재에 동행한 기자들의 출장 일정도 자연스럽게 연장됐지만, 대통령실은 기자들에게 가족과 회사 모두에 이를 알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14일) 밤까지는 연락을 서울에 안 하셨으면 좋겠다”면서 “꼭 하셔야 되는 사정이 되면 음성 통화는 하시지 말고, 출장기간이 조금 연장됐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정도로 오늘까지는 버텨 달라”고 말했다.
이로부터 19시간이 지난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보안 및 보도 유예는 잘 지켜졌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도착을 알리는 첫번째 공지가 나가고서야 보도가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바르샤바와 우크라이나를 오가며 기차와 비행기, 차량 등만 27시간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우크라이나 현지에 머문 시간은 11시간에 불과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7월 14일 금요일 저녁에 항공기-육로-기차 섞어서 편도 14시간, 오는데 13시간이 걸렸다”면서 “27시간 걸려 이동했고, 체류시간은 11시간 밖에 안됐다. 험난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결정을 해서 다녀왔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에 대해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순방을 준비하면서 오래전에 양자 방문에 대해서 초청을 받았고 고민을 오래 했다”면서 “현재 전시 상황에서의 협력 문제, 그리고 향후 폴란드를 포함한 재건 과정에서의 협력 문제, 구체적으로 별도로 논의할 사항이 많이 식별돼서 이번에 회담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했고, 그 이후 한국을 찾은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접견하며 여러차례 우크라이나 초청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여러 차례 고려와 고심이 있었지만, 이번 나토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찾은 후 폴란드를 공식방문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찾게 됐다는 해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이 그동안 지켜온 원칙 하에서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와 한국 간에 돕고 또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 국제사회의 초미의 과제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대한민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깔려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바르샤바 박인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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