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표준점수, 변별의 최선일까[수능 30년]
보정장치 필요, 가산점수제 등 거론
(선택과목 점수 – 선택과목 평균)/선택과목 표준편차 x 선택과목 응시생의 공통과목 표준편차 + 선택과목 응시생 공통과목 평균
이 복잡한 수식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에 표기되는 국어·수학 영역 ‘표준점수’를 계산하는 법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험생들에게 제공하는 수능 성적표에는 100점 만점의 문항별 배점을 단순 합산한 원점수가 없다. 대신 0~200점으로 환산한 ‘표준점수’가 백분위, 등급과 함께 표기된다. 이는 수험생들이 각자 골라 응시하는 선택과목 때문이다. 선택과목은 응시집단의 규모와 성격이 과목별로 달라 단순 배점만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 따라서 각 과목별로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볼 수 있는 표준점수가 등장했다.
통합수능 이전에도 표준점수로 인해 과목별로 유·불리가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다만 본격적인 문제는 2022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수능이 시행되면서 발생했다. 공통과목+선택과목 체제로 변한 국어와 수학 영역 표준점수 산출 방식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졌다. 통합수능 체제의 국어 영역은 공통과목 75%와 선택과목(언어와매체·화법과작문 중 택1) 25%로, 수학 영역은 공통과목 75%와 선택과목(확률과통계·미적분·기하 중 택1) 25%로 구성됐다.
그런데 상대평가 체제 하에서는 각자 다른 선택과목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점수를 일률적으로 비교해 우위를 가를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평가원은 특정 선택과목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평균점수가 더 높으면 더 많은 표준점수를 주는 변환 방법을 고안했다. 더 우수한 집단 속에서 더 어려운 시험을 치르면 일종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에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에서 똑같은 원점수를 받았더라도 어떤 선택과목을 골랐느냐에 따라 표준점수가 달라진다. 특히 수학을 비교적 잘 하는 이과생들이 선택하는 미적분을 골라야 수학영역 점수가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서울중등진학연구회가 87개 고등학교 2만6000명의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의 93.45%가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이과생들이었다. 국어 영역 1등급도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학생의 비율이 85.58%에 달했다. 이과생들이 높은 표준점수를 이용해 상위권 인문계열 학과에 진학하는 이른바 ‘문과침공’ 문제까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수능 표준점수 문제를 보정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AT(미국 대입자격시험)에는 균등화 변환점수(scaled score)가 기재된다. 여러 과목이 같은 난이도로 출제됐다고 가정하고 각 시험에서 몇 점을 받을 수 있었을지 계산한 점수다. 표준점수처럼 난이도에 따라 최고점이 달라지지 않고, 모든 문항을 맞히면 모두 같은 최고점(800점)을 받는다. 단 과목별로 틀린 개수에 따라 변환점수는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물리가 생물보다 어려웠다면 물리에서는 2개를 틀려도 800점을 받을 수 있다. 과목별 평균점수로 과목별 난이도를 산정한 후 과목별 가산점을 결정하고, 그것을 원점수에 더해 최종적으로 과목별 결정점수를 내는 ‘가산점수제’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307161456001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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