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애들은 유기농 먹여요”…비싸도 사던 친환경, 효과 얼마나 있길래 [푸드현미경]
그러다 보니 일반 농산물은 친환경 농산물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고 오해한다거나 위생 수준조차도 유기농·친환경이 더 높은 것으로 잘못 인식하는 소비자들도 상당히 많은 게 사실입니다. 특히 어린 자녀를 키우는 주부들 사이에서는 가공식품이든 반찬이든 ‘유기농’ 식재료를 썼다는 걸 강조하는 게 흔한 마케팅 포인트가 될 정도이니까요.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제도는 정부가 지정한 전문인증기관이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검사해 합성농약, 화학비료, 항생제·항균제 등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을 최소화한 환경에서 생산한 농축산물임을 인증해주는 제도입니다. 목적은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토양에서의 생물적 순환과 활동을 촉진하며 농업 생태계를 보전하는 데 있습니다. 즉, 흔히 생각하는 위생 기준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죠.
친환경 농산물 인증 종류는 두 가지입니다. 유기농과 무농약이죠. 무농약 농산물은 합성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를 권장 시비량의 3분의 1 이내로 사용해 생산한 농산물을 뜻합니다. 유기농산물은 최초 수확 전 최소 3년 이상 합성농약뿐만 아니라 토양에 쓰는 화학비료까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을 의미합니다. 합성농약과 화학비료 사용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여기서 가축의 분변 같은 천연비료는 관리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한 일반 농산물이라고 해서 식품안전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농약의 잔류허용기준과 위해성분 검사 등을 통해 당국의 관리를 받는 것은 친환경 인증 농산물이나 일반 농산물이나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현행법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농약의 잔류허용기준은 개별 기준과 그룹 기준을 따르고, 별도로 잔류허용기준을 정하지 않는 경우 ㎏당 0.01㎎ 이하를 적용합니다.
농산물의 위생 수준이나 생산 품질 등 식품 안전과 관련한 인증은 따로 있습니다.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제도입니다. 농산물의 생산, 수확 후 저장·세척·건조·선별·절단·조제·포장 등을 포함해 전 유통 단계에서 작물이 재배되는 농경지와 농업용수 등 농업환경과 농산물에 잔류할 수 있는 농약, 중금속,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유해생물 등의 위해요소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는 게 GAP 인증의 주 목적입니다. 재배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아닌, 소비자들이 섭취했을 때의 식품 안전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일반 농산물도 잔류허용기준을 초과하는 농약이 검출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산물에서 기준치를 넘어선 농약 성분이 검출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기준을 더욱 높인 것입니다.
품종이 같다면 영양성분의 구성은 일반 농산물이나 GAP 인증, 친환경 인증 농산물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인증 여부를 떠나 어떤 농산물이든지 위생적으로 안전하게 섭취하기 위해서는 소량의 식초나 베이킹 소다를 섞은 물에 담가 씻고 흐르는 물에 한 번 더 씻어서 먹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유기농·무농약 농산물에는 애벌레나 곤충의 배설물 등이 붙어 있을 수 있습니다. 과일이나 채소의 껍질을 벗겨내지 않고 함께 섭취하고자 할 경우에는 더욱 더 신경 써서 닦아야겠죠.
판매 채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 농산물보다 GAP 인증 농산물이 더 비싸고, 무농약·유기농 상품은 GAP 인증 상품보다 조금 더 비싸게 판매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럴 경제적, 심리적 여유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하지만 오로지 식품 안전 때문에, 건강에 더 좋을 것 같아서 친환경 농산물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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