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에 휴가는 못 쓰고…“한국 ‘워라밸’ 보장, OECD 최하위 수준”

김향미 기자 2023. 7. 1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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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한국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받는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사이에서 최하위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근호에 실린 ‘일-생활 균형시간 보장의 유형화’(노혜진 강서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시간주권(노동시간 + 가족시간) 보장 수준은 OECD 내 가장 낮은 그룹에 속했다.

사회적으로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노동정책도 ‘주 52시간제’, ‘주 69시간제’ 등 노동시간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시간주권’이 강조되고 있다. 시간주권은 “개인이 자유롭게 시간 배분을 조직화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을 의미”한다. 시간주권이 보장되는 정도는 워라밸 보장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2021년을 기준으로 한 OECD 통계를 통해 자료 확보가 가능한 31개국의 시간주권 보장 수준을 노동시간과 가족시간 등 2가지 영역에서 모두 26개 지표를 통해 점수를 매겼다.

먼저 노동시간 영역을 보면, 한국의 노동시간 주권 수준은 1점 만점 중 0.11점으로 꼴지에서 3번째였다. 이는 미국(0.14)과 비슷한 수준으로,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그리스(0.02점), 체코(0.09점) 뿐이었다.

한국 노동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1601시간으로 조사대상 중 가장 길었다. 주당 48시간을 넘겨 일하는 장시간 노동자 비율(18.9%) 역시 조사대상 국가 평균(7.4%)의 2배 이상 이상이었다. 성별 임금 격차도 31.1%포인트로 전체 평균(11.5%포인트)의 3배에 육박했다.

한국은 가족시간 영역에서도 0.37점으로 31개국 중 20번째를 기록했다. 이탈리아(0.35점), 스위스(0.34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국은 휴가 길이(0.93점)에서 점수가 높았지만 휴가사용률(0.18점) 지표에서는 끝에서 4번째 수준으로 점수가 낮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근호에 실린 ‘일-생활 균형시간 보장의 유형화’(노혜진 강서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논문 캡처

연구진은 시간주권 확보와 관련해 OECD 국가를 4개 그룹으로 유형화했다. 노동시간·가족시간 등 두 영역에서 모두 점수가 높은 1그룹, 노동시간 높고 가족시간 낮은 2그룹, 노동시간 낮고 가족시간 높은 3그룹, 두 영역 모두 낮은 4그룹 등이다. 한국은 4그룹에 속했다.

논문은 “한국은 작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보고될 정도로 OECD 국가 중 독보적으로 출산율이 낮고 일과 가족을 양립하기 어려운 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근본적으로 짧은 근로시간을 전제로 자녀를 양육하는 부부가 모두 일할 수 있는 사회, 저임금 위험이 낮은 노동시장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시간 빈곤자의 2023년]①육아 가구에 다가오는 ‘주 69시간’의 먹구름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3261843001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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