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까지 가장 위험, 통신 자제”…尹 극비 우크라 방문 ‘막전막후’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방문은 극비리에 추진됐다. 전시 중인 지역인만큼 초청 제안을 검토하고 실제 방문하기까지 단계마다 극도의 보안을 유지했다. 안전과 필요성 등을 두고 고심한 끝에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방문이 이뤄지게 됐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후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에서 청년들과 만나는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로 출발했다. 안전을 고려해 국가 간 이동에 사용하는 전용기인 공군 1호기 대신 항공기와 차량, 기차 등을 섞어 이동했다. 경호상 복잡한 경로를 택하면서 우크라이나 도착까지 14시간, 되돌아오는데 13시간 등 총 27시간을 이동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6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우크라이나 서쪽 국경 중 안전한 폴란드 지역을 경유지로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체류 시간은 11시간이었다. 대표단은 안보실 관계자 등 최소한으로 꾸려 움직였다.
대통령실은 지난 5월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 방한 때와 이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거듭 우크라이나 측의 초청을 받았지만 최종 결정까지 고심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국가원수의 신변안전, 경호 문제 등이 녹록치 않아 준비는 해놓고 떠났지만 마지막 결정 못한 채 출국했다”며 “14일 오후 마지막 최종 점검 후에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떠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방문 계획이 순방을 동행취재하는 기자단에 공지된 것은 우크라이나 출발 당일 오후2시30분쯤이었다. 바르샤바 시내 호텔에 마련된 한국 언론 프레스센터에 이례적으로 복수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와 경호처 관계자가 함께 들어섰다. 기자실 문을 걸어 닫고 한국 언론인과 대통령실 관계자가 아닌 외부인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등 점검부터 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오늘이 (순방) 마지막 날이 아니고 또 한 가지 방문 일정이 생겼다”고 운을 뗀 뒤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인 이동 시간과 경로, 교통편 등은 함구했다. 그는 “전쟁 중인 나라이기 때문에 비상시의 계획을 가지고 갈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통령의 안전지대 도착 전까지 엠바고(보도유예)를 지켜달라고 수 차례 당부했다.
정보유출을 고려해 회사와 가족에게도 전화와 문자, 메신저 등으로 방문 국가명을 적시한 통신은 자제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제전화 유선전화는 반드시 위험하고 국제문자도 위험하다. (불가피한 경우) 우회적인 언어로 통신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는) 새벽 2시 정도까지가 가장 위험한 시간”이라며 통신 횟수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오늘 밤까지는 서울에 연락을 안 하셨으면 좋겠다” “불가피한 경우 출장기간이 조금 연장됐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다고 해달라”는 상세한 당부가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순방 도중에도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바르샤바 연설 이후 추가 일정에 대한 질문에 “현재로서는 추가 계획이 없다”고 거듭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순방에 앞서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우크라이나 방문과 정상회담은 현재 계획에도 없고 추진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바르샤바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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