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부부 첫 우크라 방문지는 학살 일어난 부차·이르핀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2023. 7. 1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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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젤렌스카와 아동권리보호센터 찾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의 부차시 집단학살 희생자 무덤에 조성된 추모공간을 방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곳은 부차시 학살현장과 민간인 주거지역으로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이르핀시다.

부차는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의 심각성을 가장 잘 보여준 곳이다. 2022년 2월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러시아군이 이 지역을 점령했는데, 부차 해방 후 언론인과 우크라이나 군이 도시에 들어갔을때 대량 학살의 증거가 그대로 남아 전세계를 경악케 했다. 당시 일부 시체는 길거리에 누워 있었고, 일부는 손이 등 뒤로 묶여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해방 후 부차 지역의 성앤드류 성당 근처에 있던 집단무덤에서 시신을 발굴하여 신원을 확인하고 사망 경위를 규명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 때 발견된 희생자만 최소 6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은 40~60세 사이 민간인이었다. 이후 ‘부차 학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르핀은 2022년 러시아가 키이우를 공격하려고 할 때 서쪽 방향에서 포위하기 위해 장악하려고 했던 도시다. 러시아 군은 23일 간 도시를 점령하는 동안 치열한 전투로 이르핀의 사회 및 주거 시설의 70%가 파괴됐고, 2022년 3월 28일 우크라이나 방어군은 이르핀을 해방, 도시는 수도로 향하는 적을 막아냈고 ‘이르핀 – 영웅 도시’라는 지위를 부여 받았다. 이어 2월 25일 오전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 군의 키이우 진격을 막기 위해 로마노프스키 다리를 폭파시켰고, 그 후 이곳은 수천명의 주민들이 탈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되었고, 수 백장의 대피 사진들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바 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수도 키이우 방문 전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잘 보여주는 두 곳을 먼저 찾아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의 아동권리 보호센터를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함께 찾아 러시아에 강제 송환됐다 귀환한 우크라이나 아동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과 별개로 올라나 젤렌스카 여사와 일정을 소화했다. 두 사람은 키이우의 아동권리 보호센터를 찾아 러시아에 강제 송환됐다 귀환한 우크라이나 아동과 만나고, 대화를 나눴다.

김 여사는 “한국도 전쟁의 참상을 겪었지만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오늘에 이르렀다”면서 “이러한 한국의 노하우와 한국인의 강한 근성이 우크라이나의 빠른 도시 재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건 지원 의지를 밝혔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정상회의의 배우자 프로그램에서도 만났던 두 사람은 당시 우크라이나 센터에 전시된 우크라이나 피난민 아이들의 그림을 함께 관람한 것을 되새기기도 했다. 김 여사는 “저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많은 분들이 우크라이나를 돕고 싶어 한다”며 그림들을 한국에서 전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젤렌스카 여사는 “전쟁의 참상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양국이 함께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

김 여사가 남편인 윤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찾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우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남편보다 먼저, 단독으로 우크라이나를 찾아 화제가 된 바 있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부인과 함께 오지 않았다. 이를 두고 몇달전 한국에서, 그리고 최근 나토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서 조우하며 친분을 쌓은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김 여사의 친분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바르샤바 박인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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