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장이 선다] 문화관광 품은 50년 전통의 구리시장...청년들이 몰려든다

노진균 2023. 7.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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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전통시장
골목시장에서 50년 전통의 경기동북부최대시장으로 자리매김
전통시장저잣거리부터 곱창특화거리, 낭만청춘거리에 이르는 특화거리 조성
지난 14일 비 내리는 구리전통시장에 우산을 쓴 방문객과 시장 상인들이 오가고 있다. 경기 구리시 구리전통시장 입구에 비 가림 지붕인 아케이드와 시장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설치돼 있다. 사진=노진균 기자
구리=노진균 기자】지난 14일 호우경보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구리전통시장에선 세심히 물건을 살펴보는 고객들과 친절하게 설명하며 판매에 열을 올리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시끌벅적했다. 생필품부터 농수산물 등 장을 보기 위해 시장을 찾은 시민들과 함께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청년들까지 많은 젊은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구리전통시장은 남양주·구리 지역의 유일한 전통시장이다. 구리시 수택동 중심상권에 위치해 일 평균 2만~2만5000명이 다녀간다. 1966년 골목시장 형태로 시작된 구리시장은 50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2005년 인정시장으로 등록됐으며 3만3,440㎡ 면적에 농축수산물, 의류, 잡화, 식품 등 등 388개 점포에 920여 명이 종사하는 대형 복합시장으로 거듭났다.

쇼핑몰이 잇달아 들어선 1990년대, 전통시장들은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지만, 구리전통시장은 이를 피해갈 수 있었다. 2006년 시장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지금까지 200억원을 들이며 총 9차례 시설 현대화사업을 진행했다. 도로를 넓히고 주차장을 확충한 데 이어, 햇빛과 비를 막아주는 지붕 시설인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주차면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시장을 찾는 이들을 위해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저잣거리로 불리는 재래시장부터 명물 곱창골목, 낭만청춘거리, 선술집포차거리 등 전통과 함께 청년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구리 전통시장을 소개해 본다.

구리전통시장'저잣거리'의 전경. 사진=노진균 기자
■골목시장의 모습을 간직한 '전통시장 저잣거리'
구리전통시장 입구와 이어져 있는 전통시장 저잣거리는 구리전통시장의 메인거리다. 신선식품부터 간편한 먹거리, 잡화, 의류 등 일상 생필품까지 없는게 없을 정도다. 특히 저잣거리는 골목시장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옛 시장의 정취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현대화 사업의 진행으로 아케이드 지붕이 씌워졌고, '차없는 거리', '장보기 서비스' 등의 현대시설과 시스템이 접목돼 한층 편안하고, 여유롭게 시장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중 장보기서비스는 구리전통시장 상인회가 운영하고 있는 혁신적은 무료 서비스로 평가 받는다. 무서운 짐을 들기 어려운 노인들과 장애인, 시장을 찾기 어려운 이들이 주로 이용한다. 콜센터를 통해 원하는 구매 목록을 알려주고 계좌로 입금하면 장보기 도우미가 대신 장을 보고 주차장이나 버스정류장, 시장 인근 거리에서 만나 찾아가면 된다. 또 서비스를 신청하면 장보기 도우미와 함께 장을 보고 특정 장소까지 운반해 주기도 한다. 이 서비스는 월평균 750건이 이용될 만큼 소비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구리시장에는 볼거리도 풍부하게 마련돼 있다. 4월부터 5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7시부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버스킹 이벤트 '시장으로 놀러오라'를 만날 수 있다. 시장 입구 한켠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버스킹 공연은 연령과 장르를 막론하고 모든 시민에게 사랑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공연계는 물론 남녀노소 다양한 세대가 모여 두 달간 30여개의 팀이 자신의 음악을 시민들과 공유했다.

구리시장은 '상인이 행복한 시장'으로도 불린다. 공연이 가능한 예술 활동을 통해 시장 내 활력과 상인들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출발한 상인예술단에서 그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다. 풍물놀이, 악기연주, 노래 등 기존에 운영돼 온 상인동아리에 구리상권활성화재단 지원이 더해져 한층 활기가 넘치는 곳이 됐다.

구리전통시장의 명물 돌다리 곱창골목. 구리전통시장 상인회 제공
■청년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은 구리전통시장
시장에는 명물 곱창골목부터 낭만청춘거리, 선술집포차거리 등 10대부터 2030세대의 감성이 가득하다. 특히 1998년부터 이곳에 자리잡고 있는 '돌다리 곱창골목'은 구리시 대표 관광지 9경의 한 축을 담당할 만큼 인기가 높다. 저렴한 가격과 전통적인 맛으로 10대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시장의 대표 음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곱창집 특유의 노포 감성만을 떠올려서는 안된다. 환경개선 사업과 점포혁신 사업으로 위생과 맛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또한 구리전통시장 상인회는 2020년 11월 13일을 '곱창데이'로 지정해 곱창골목 업소를 이용하는 지역상권 상생릴레이 행사를 열었으며, 2021년 6월에는 가로 간판 등 환경개선 사업을 완료하며 정비를 끝마쳤다. 여기에 시민참여 프로그램과 공동마케팅 지원, 우수상권육성 등의 활성화 사업과 더불어 점포혁신대학과 상인리더 육성을 통한 조직강화 사업으로 명품특화거리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도 현재 진행형이다.

경춘선 구리역과 구리전통시장 정류장에서 내려 시장의 입구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낭만청춘거리도 10대와 20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요소들이 즐비하다.

각종 커피숍과 펜시 잡화점, 인형뽑기부터 오락실, 타로점, 즉석사진관까지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돼 있다.

청년 세대가 시장을 많이 찾는다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구리시상권활성화재단이 2021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구리전통시장 상권활성화구역 내 신용·체크카드 사용내역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34세 매출액이 39%로 가장 높았다. 청년 나이를 39세까지 넓혀 분석해보면, 방문객이 절반 가까이가 청년들인 셈인데, 이는 다른 전통시장들과 비교해 50% 이상 많은 규모다.

지난 5월 구리시청 및 구리아트홀 일원에서 열린 'G9(지구)·구리 2023 MSG(마신는 구리) 축제'에 참여한 시민과 대표 케릭터 와구리의 모습. 구리상권활성화재단 제공
■구상재, 상인회...변화는 '항상' 만족도는 '최상'
시장이 활성화된 요인에는 구리시상권활성화재단과 상인회의 부단한 노력이 숨어있다. 구리시상권을 대표하는 CI, 캐릭터 '와구리'를 개발해 온-오프라인 시민 투표를 진행하고 이모티콘을 배부해 상인과 시민에게 상권활성화재단의 상생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홍보수단으로 활용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와구리는 구도심 상권 경관 조성 사업의 공동디자인으로 사용돼 벤치, 간판, 바닥조명 등 구도심 상권인 전통시장에 가면 곳곳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재단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전통시장에 희망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통해 다시 찾아오는 분위기 조성에 매진하고 있다.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과 데이터를 토대로 사회적기업 육성정책과 연계해 고령자와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통시장, 대형 쇼핑몰&마트가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이밖에도 상권 특색이 반영된 거점공간을 조성한 뒤 지역+공동체+문화가 복합적으로 연계된 삶의 터전으로 지역문화 장르로 육성 발전시켜 세월이 흘러도 자생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상인회도 시장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2005년부터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공연을 선보이는 '거리축제'(연 2회)와 '거리공연'(월 2회)을 개최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매일 상인 DJ와 시민·다문화 게스트가 함께하는 '보이는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면서 방문객들과 소통의 벽을 낮추는 데 일조해 왔다.

조종덕 상인회장은 "앞으로도 구리전통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즐길거리, 볼거리, 먹거리가 가득한 시장이 될 것이고, 기존 상인들의 의식변화를 이끌어 내서 청년 창업자도 쉽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계속 힘을 쏟을 계획"이라며, "노후화 돼가는 시장을 다시 젊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jk6246@fnnews.com
와구리 케릭터가 접목된 쉼터의 모습. 구리상권활성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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