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정이 가네, '가슴이 뛴다' [MD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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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생각이 난다. 배우의 역량일까.
KBS 2TV '가슴이 뛴다'는 뱀파이어 남자 주인공과 인간 여자 주인공의 로맨스를 담은 드라마다. 익숙한 설정에 마음 놓고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느껴지는 캐릭터 변주와 배우들의 열연에 매료된다.
선우혈(옥택연)은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 뱀파이어다. 불멸의 삶과 빼어난 외모, 특별한 능력을 지녔기에 얼핏 보면 드라마 '도깨비', '별에서 온 그대'가 떠오른다. 그런데 선우혈은 다르다. 듬직하지도, 시크하지도 않다. 오히려 어딘가 허술하다. 인간이 되겠다는 결심으로 100년간 잠을 잤지만, 예기치 않은 주인해(원지안)의 등장으로 변신에 실패한다. 100년 만에 돌아온 인간 세상에서는 돈이 가장 중요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00년 전 모아둔 금괴들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여기에 인해의 카드를 쓰다 생긴 빚까지. 돈 한 푼 한 푼이 귀한 처지가 되어 버렸다.
주인해도 기존의 판타지극 여자 주인공과는 다르다. 발랄하고 사랑스럽기보다는 무미건조하고 시니컬하다. "가슴이 뛰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낭만을 가진 선우혈과도 대조적이다. 주인해는 "그렇게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뭘 하려고 하냐"고 묻는 선우혈에게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결혼 생각도 없다. 남에게 폐 끼치기도 싫으니 내가 날 지키는 방법은 돈뿐이다. 나한텐 돈이 전부다"라고 말한다. 지독하게 현실적인 캐릭터다.
옥택연은 과해질 수 있었던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작위적인 대사를 코믹하게 풀었고, 억지스러울 수 있는 장면을 어딘가 애잔하게 그렸다. 그래서 더 정이 간다. 요구르트 배달원, 미화원 등의 유니폼도 귀엽게 소화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원지안은 눈에 '삶의 풍파'를 가득 담았다. "당신 진짜 교사 아니지 않냐. 2년 계약직이 감히 누구를 가르치려 드냐"고 윽박지르는 학부모의 말에 지친 눈빛을 보내고, 예고 없이 철거되는 집 앞에서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내 심장은 재계약하는 2년에 한 번씩 뛴다"는 대사도 원지안이 뱉어내니 자연스럽게 납득이 갔다.
물론 완벽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물 간의 서사와 캐릭터 설득력이 부족하다. 캐릭터들이 다소 평면적이고, 등장인물에게 주어진 상황이 억지스러울 때도 있다. 어색한 CG 효과로 연출이 부자연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시청률 2%대에 그치기에는 선우혈과 주인해가 너무 사랑스럽다. 완벽하지 않은 짜임새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선우혈과 주인해의 케미스트리에 웃게 된다. 이상하게도 정말로 '가슴이 뛴다'.
[사진 = KBS 2TV '가슴이 뛴다' 방송 화면 캡처]-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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