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뒤태만 1만5000장 찍더니…'슬개골 탈구' 잡은 이 회사

김유경 기자 2023. 7.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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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 김광현 십일리터 대표
김광현 십일리터 대표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강아지 뒤태 사진만 1만5000장을 모아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이미 보험사나 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로 자리도 잡았다. 강아지 뒷모습 사진으로 슬개골 탈구 유무를 확인해주는 서비스다.

김광현 십일리터 대표(26)는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에서 "1년 반 동안 직접 강아지 5000마리의 뒷모습 사진 1만5000장을 찍어서 데이터셋을 구축했다"며 "반려견 뒷모습 사진만 올려도 97%의 정확도로 슬개골 탈구 여부를 알수 있는 AI(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2021년 9월 설립된 십일리터는 반려동물 온라인 홈케어 솔루션 '라이펫'을 운영하고 있다. 라이펫은 크게 △20가지 문항으로 10개 부위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비대면 문진' △스마트폰 사진 1장으로 질병의 유무와 진행정도를 판단하는 'AI 건강체크' △1대 1 로 수의사의 최종 소견을 제시해주는 '온라인 상담'등 3가지 서비스를 제공해 반려견의 종합적인 건강상태를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3분만에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스마트폰 사진만 찍으면 알 수 있는 'AI 건강체크'
/사진제공=십일리터
이중 핵심서비스는 반려동물의 특정 부위를 촬영해서 업로드하면 비전 AI가 특정 질병의 유무와 진행 정도를 알려주는 'AI 건강체크'다. 질병을 판단하려면 통상 엑스레이나 CT를 찍어야 하지만 현재 슬개골 탈구 여부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만으로도 알 수 있다. 슬개골 탈구의 진행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바이오마커인 큐각(Q-angle)을 엑스레이 사진이 아닌 디지털 사진에서 추출하는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유효성 검증을 위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정한 임상시험 실시기관에서 정상견 1500케이스와 환견 3000케이스 등 총 4500케이스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 민감도와 특이도가 각각 97% 이상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슬개골 탈구는 수술을 해도 재발이 쉽기 때문에 계속 건강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간편하게 건강상태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게 기술적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단순 탈구 의심 정도로 판별만 해주는 게 아니라 심각성도 알려준다. 김 대표는 "타사에서는 '왼쪽 다리 관절에 이상이 있을 확률이 높다' 정도의 결과를 얻는다면 라이펫에서는 '슬개골 탈구가 3기일 가능성이 76%'라는 구체적인 결과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1기, 2기에도 조기 판별이 가능하다.

10일 김광현 십일리터 대표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김 대표는 "3기부터는 육안으로도 다리가 휜 게 보이지만 1기, 2기 때는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재발 가능성이 높은 반려동물의 경우 AI 건강체크를 이용하면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데이터를 수집할 때부터 반려견 뒷모습 사진에 슬개골 탈구 1기, 2기, 3기 등으로 정확한 진단명과 가능성(확률)을 라벨링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올해 1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론칭한 라이펫은 현재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금은 회원으로 가입만 해도 문진과 AI건강체크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고 상담은 월 1회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쇼핑몰을 이용하면 상담도 무제한 이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쇼핑몰에서는 영양제, 기능성 사료, 슬개골 탈구 보호대 등을 판매한다.

김 대표는 아직 고졸이다. 대학교에서 창업팀 활동을 통해 꾸준히 창업을 준비하다가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휴학 후 다양한 기업에서 수개월씩 인턴십을 경험했다. 특히 AI 데이터셋 구축 업체에서 수어 자동 번역 솔루션의 데이터를 만들었던 경험이 AI 건강체크 서비스를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수어가 몸짓 언어여서 관절을 키 포인트로 잡는게 중요했는데 반려견의 슬개골 탈구 여부도 유사하다고 보고 사진 기반의 AI 건강체크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내 구강·비만, 내년엔 안구·피부 건강도 집에서 체크
/사진제공=십일리터

십일리터는 앞으로 AI 건강체크를 현재 슬개골 탈구에서 구강, 비만, 안구, 피부 등으로 부위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우선 구강 건강체크 서비스는 오는 7월말 상용화할 예정이다. 구강 사진을 찍으면 치석의 양을 체크해 치은염·치주염 정도를 알려주는 식이다. 연말에는 반려동물의 비만 정도를 알려주는 BSC(Body Condition Score) 체크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위에서 사진을 찍어 라이펫에 올리면 비만 위험도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또 내년에는 안구(백내장·핵경화증)와 피부(아토피·농피증)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말 베타 서비스 론칭 이후 약 1년간 라이펫에 등록된 누적 반려동물은 2만2000마리, 건강 체크 건수는 2만8000건을 기록했다. 십일리터는 올해 구강·비만 등 건강체크 서비스를 확대·고도화하면서 반려동물 등록 4만마리, 건강체크 5만건, 매출액 3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유경 기자 yune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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