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사라져도 안 이상했는데”…고작 3명 다닌 고등학교, 폐교 앞두고 기사회생한 사연 [방방콕콕]

이상헌 기자(mklsh@mk.co.kr) 2023. 7.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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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였던 영월 시골학교
동문 등 야구고교로 전환 추진
야구부 창단하며 14명 전학 와
상동고 야구부 훈련 모습. [자료=상동야구고 설립 추진위원회]
재학생이 3명 남아 당장 내년에 폐교될 위기에 처했던 강원도 영월 상동고등학교. 썰렁했던 이 학교에 최근 다시 생기가 돌고 있다. 동문들과 지역사회가 국내 첫 공립 야구고 전환을 추진하면서 전국 각지 야구 유망주들이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1953년 개교한 상동고는 영월읍에서도 차를 타고 40여분을 더 가야하는 오지학교다. 영월 텅스텐 광산이 성업했던 1970년대만 해도 재학생이 많게는 400명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큰 학교였다.

하지만 광산이 문을 닫고 인구유출이 가속화하면서 학급 역시 급속도로 쪼그라들었다. 최근까지 전교생은 3명에 불과했고 이 마저도 졸업을 앞둔 3학년들이라 당장 내년에 폐교해야 할 처지였다.

이런 학교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한 건 야구고 전환이 추진되면서다. 동문과 주민 등 지역사회가 학교를 되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댔고, 지난 4월 총동문회를 주축으로 ‘상동야구고 설립 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김응룡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양승호 전 롯데자이언츠 감독 등도 추진위 발대식에 참석해 힘을 실었다.

조윤희 추진위 대외분과위원장은 “학생 유입을 위해 운동부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미 영월 주천고에 축구부가 있는 만큼 다른 종목인 야구부 창단을 결정했다”며 “이왕이면 함평 골프고처럼 야구고로 키우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전교생이 14명에 불과했던 인천 옹진군 섬마을 덕적고가 야구부 창단을 통해 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전례도 있었다.

구원 투수로 나선 추진위는 전국 각지를 누비며 야구부 창단 멤버를 영입하는데 힘을 쏟았다. 그 결과 현재까지 서울, 경기, 인천, 충북 등지에서 1학년생 14명이 상동고로 전학왔다. 야구부 창단 요건(최소 14명)이 갖춰짐에 따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창단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야구부 초대 감독으로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내야수 출신 백재호씨를 영입했고, 조만간 투수·타격 등 코치진 구성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야구부 창단과 더불어 최종 목표인 야구고 전환도 순항 중이다. 이미 지난 4월 영월군과 영월군의회, 영월교육지원청 등으로 TF가 구성됐다.

야구고 전환 목표시기는 2025년으로 전문심판과, 트레이너과, 스포츠외국어통역과, 스포츠코딩과, 야구행정과 운영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영월군 폐광기금을 활용한 무상교육도 논의되고 있다.

조윤희 위원장은 “최근 상동고로 전학 온 학생들을 첫 야구고 졸업생으로 만들고 싶다”며 “강원도교육청과 영월군에서도 추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상동야구고는 야구에 재능이 있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하려는 학생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며 “나아가 많은 학생과 학부모 등이 영월로 이주해 지방소멸 위기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근 상동고 전학생 첫 등교 모습. [자료=상동야구고 설립 추진위원회]
※ ‘방방콕콕’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생하는 따끈따끈한 이슈를 ‘콕콕’ 집어서 전하기 위해 매일경제 사회부가 마련한 코너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소식부터 지역 경제 뉴스, 주요 인물들의 스토리까지 다양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발로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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