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우크라이나 방문, 외신은 어떻게 봤나

폴란드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전쟁 중인 국가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이르핀 지역을 윤 대통령이 둘러보고 있다. 김창길기자·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유럽 순방 도중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한 것을 두고 외신은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협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국이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있으며, 러시아·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까다로운 외교적 상황에 놓였다는 점 또한 언급됐다.

AP통신은 이날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전하며 “한국은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일본 등과 더불어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라며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나라를 위한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나토와 한국의 협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리프 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그의 글로벌 마인드에 따른 외교정책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나토 파트너들과의 연대를 보여줬다”고 AP에 밝혔다.

AP는 또한 최근 서면 취재를 통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은 특정 지역의 안보 위기가 세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외신은 또한 서방의 무기 지원 압박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살상 무기 지원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짚었다. AFP통신은 한국의 무기 제공 여부에 주모하며 “세계 9위의 무기 수출국 한국은 분쟁지역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5번째 교역 상대국인 러시아와의 경제적 관계,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등 때문에 외교적으로 까다로운 입장에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 언론발표를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이날도 윤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무기 제공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올해 우크라이나에 1억5000만달러(약 1910억원) 상당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지뢰제거 장비를 보내는 등 인프라 재건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국 정상이 만난 건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두번째다. 지난 5월 올레나 젤란스카 여사가 한국을 찾았을 당시 윤 대통령 부부를 우크라이나로 공식 초청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민간인 피해가 컸던 부차, 이르핀 등지를 돌아봤다. 그는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은 과거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한다”며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의 지원을 받았던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70여년 전 북한 공산 전체주의 세력의 불법 침략을 받았으나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부흥한 국가 중 하나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독일 dpa 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학교와 병원, 주택, 기업 등 모든 것이 러시아의 미사일과 적의 포격에 파괴됐다”며 인프라 재건에 동참해줄 것을 윤 대통령에게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킹스칼리지런던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국제관계학 교수는 “아시아 정상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방문은 중요하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얼마나 더 지원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한국이 막후에서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