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번째 인생을 사는 신혜선에게도 어떤 아쉬움이 있다는 건('이생잘')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7. 1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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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잘’, 이 환생 판타지가 상실의 삶에 주는 위안이란

[엔터미디어=정덕현]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기적에 관한 이야기예요. 과거에 있었던 윤주원이 지금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거라는 기적." tvN 토일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반지음(신혜선)이 건네는 이 말은 문서하(안보현)에게 어떤 울림을 줄까. 사랑했던 윤주원(김시아)이 사망한 후, 문서하의 시간은 과거 그 때에 머물러 있다. 그는 과거의 상실을 떨치지 못한다. 그래서 현재를 살아가지 못한다.

문서하는 과거 윤주원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던 풀장 물 속 깊숙이 들어가 쪼그리고 앉아 있다. 그것은 마치 지금은 없는 윤주원의 존재를 그 물 속에서 느껴보려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도 보이고, 또 세상의 흐름에서 벗어나 자신의 심연 깊숙이 들어가 멈춰 있으려 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물 밖으로 나와야 현재의 삶이 계속 되는 것이지만, 그는 물 속 깊숙이 과거를 파고 들어가고 있다.

불멸할 수 없는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것이 상실의 아픔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더 이상 볼 수 없는 저 세상으로 떠나버리면, 덩그러니 남은 자는 그 상실의 심연 깊숙이 들어가 멈춰버리기 마련이다. 물론 서서히 다시 물 밖으로 나와 숨을 쉬고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렇다고 상실의 상처가 결코 쉽게 아물지는 않는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가 그리고 있는 환생 판타지는 바로 이 상처를 위로한다. 반지음이 말하듯 이것은 기적에 관한 이야기고, 그래서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다. 문서하는 그래서 처음에는 부정했지만 차츰 믿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차츰 웃음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 웃음이란 과거에만 머물던 그를 현재로 끌어내는 것이기도 했다.

반지음이라는 판타지적 존재는 어쩌면 사실 그 자체라기보다는 유한한 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믿고 싶은 기적인지도 모른다. 죽음이 끝이 아니고 계속 다음 생으로 이어지는 것이고 그러니 지금의 상실이 주는 슬픔에 너무 깊게 빠질 필요는 없다는 것. 19회차 인생을 살아가는 반지음은 이 상실의 아픔을 그 환생을 통해 수용하게 된 자신을 이렇게 말했다.

"여러 번 태어나고 죽으면서 온갖 생을 살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거든? 그만큼 날 떠난 사람들도 늘어갔고. 나한테는 매일 매일이 지난 생 아끼던 누군가의 생일이기도 하고 기일이기도 해. 그것도 반복이 되면 무뎌지는 것 같애. 어느 순간부터는 뭘 바라는 마음도 잃어버리고 아, 이 생도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아, 나는 죽고 또 태어났구나 싶어지더라구."

그 이야기를 듣던 반지음의 전생 윤주원의 동생 윤초원(하윤경)의 눈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붉어진다. 그러면서 그 삶의 힘겨움을 공감해준다. "정말 그렇겠다. 우리 언니 너무 힘들었겠다." 그러자 반지음은 그런 자신에게도 아쉬움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아쉬운 건 있었어. 기쁜 기억도 슬픈 기억도 아무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거? 다들 죽고 사라졌거나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니까 그런데 오늘은 내가 우리 동생 덕분에 힘 받는다."

결국 죽어 사라지고 살아 남겨진 자의 상실감과 부재가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갈라진 이들이 더 이상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아픔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반지음이라는 판타지적 존재가 주는 위로와 위안은 커진다. 전생을 기억하는 이 특별한 존재는 과거로부터 찾아와 현재에 남겨진 이에게 말을 건네고 여전히 아파하며 과거에 사는 이들을 꼭 안아주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괜찮아요." 반지음이 아파서 눈물 흘리는 이들을 꼭 껴안고 등을 토닥여주며 하는 그 말은 그래서 강력하고 깊은 여운과 울림을 남긴다. 19번째 인생을 살아온 그가 던지는 그 한 마디는 그만큼의 무게감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당장 죽을 것만 같은 상실감이나 두려움이 우리 앞에 찾아와도 그는 이런 말로 우리를 위로해준다. "괜찮아 나는 과거에도 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사람이니까." 그것이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니 이번 생도 잘 부탁한다고. 지난 생처럼 또 앞으로 다가올 다음 생에서도.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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