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부터 식구들 먹여 살린다고 일한 우리 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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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 먹여 살린다고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일 시작한 우리 형인데."
기록적인 폭우가 한반도 중남부를 강타하며 사망자가 속출한 가운데 경북 예천군의 한 장례식장에는 60대 홍모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그래서 홍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4살 어린 나이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안동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권모(76) 씨의 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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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식구들 먹여 살린다고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일 시작한 우리 형인데…."
기록적인 폭우가 한반도 중남부를 강타하며 사망자가 속출한 가운데 경북 예천군의 한 장례식장에는 60대 홍모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16일 이곳에서 만난 홍씨의 남동생 A씨는 "퇴직하고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지은 집에서 형이 잠을 자는 사이에 변을 당했다"며 "집 일부가 통째로 쓸려내려 갔다"고 말했다.
홍씨는 4남 2녀 중 첫째로 집의 든든한 기둥과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강원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와 그의 동생들은 형편이 어려웠다. 그래서 홍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4살 어린 나이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A씨는 "처음에는 기술을 배운다고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일을 시작했다"며 "나중에는 울산의 큰 조선소에서 자리를 잡을 만큼 열심히 살아온 형이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말을 하다가 중간중간 한숨을 쉬며 먼 곳을 바라보기도 했다. 유명을 달리한 형을 회상하는 듯했다.
그는 "형은 예천에 내려와 집이랑 황토방을 지어서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집에서 자던 노부부가 변을 당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안동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권모(76) 씨의 빈소.
이곳에서 만난 그의 딸 B씨는 한순간에 부모님을 잃었다며 울먹였다.
그는 "(부모님)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엄마는 아직도 군인들이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친 권씨는 전날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권씨는 심폐소생술로 의식 없이 호흡만 돌아왔다가 끝내 다음 날 숨을 거뒀다.
B씨는 "그저께 부모님이랑 전화하면서 여름에 딸이랑 놀러 가겠다고 약속했었다"며 "우리 딸이 고등학생인데도 평소에 '할머니 보고 싶다'며 예천에 놀러 오는 걸 좋아했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과의 마지막 통화를 기억한다면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번처럼 폭우가 쏟아지면서 흙이 쓸려 내려오는 건 처음 본다"며 "사고 전날 걱정이 돼 전화했는데 부모님이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방학 때 놀러 오라'고 했다"고 말하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h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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