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이후 여성으로 성전환 선수, 사이클 여자대회 못 뛴다
국제사이클연맹(UCI)이 남성으로 사춘기를 겪은 후 여성으로 성을 바꾼 선수들의 여성부 출전을 막기로 했다.
UCI는 지난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앞으로 남자로서 사춘기를 겪은 여성 트랜스젠더 선수들은 우리가 주최하는 모든 여성부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5일 특설 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으로 이 자리에서 성전환·여성 선수를 둘러싼 인권 문제를 비롯해 법적, 과학적 측면을 모두 따져봤다고 UCI는 전했다.
더불어 UCI는 기존 남성부를 ‘남성·오픈부’로 바꾸기로 했다. 사춘기 이후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성별재지정한) 선수는 여성부 대신 이 부문에만 나설 수 있다. 남자 선수들과 경쟁하라는 뜻이다.
(오는 17일부터 적용되는 이 기준대로라면 우리나라 최초로 성전환 선수 신분으로 공식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나화린도 UCI 주최 대회에서는 여성부로 출전할 수 없다. 36년을 남성으로 살다가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나화린은 언론 등을 통해 별도 ‘성전환부’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본래 UCI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기준치 이하로 관리하면 성전환 선수의 여성부 출전을 허용해왔다. 2년간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혈액 1ℓ당 2.5n㏖/L(나노몰) 이하로 유지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여성부 출전에 제한이 없었다. 여기서 ‘출전 금지’로 제한을 강화한 건 ‘과학적 분석’에 토대를 둔 조치라고 UCI는 설명했다. 남성 호르몬을 2년간 기준치 이하로 억제하더라도, 남성으로 사춘기를 보낸 덕에 얻은 신체상 이점이 완전히 무력화되는지 과학적으로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게 근거다. UCI는 호르몬 억제 요법의 효과도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 일괄적 정책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으로 사춘기를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얻는 우월한 골격 등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설명이다.
UCI는 “운영위는 현재 규명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과학적 불확정성’을 고려해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여성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정책이 필수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비드 라파르티앙 회장은 “UCI는 정체성에 맞게 성을 선택할 권리를 지지한다”면서도 “자전거 경기에서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야 할 의무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UCI의 결정은 지난 5월 성전환 선수 오스틴 킬립스가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열린 사이클 대회 ‘투어 오브 더 길라’ 여성부에 출전해 우승해 논란이 된 지 두 달여 만에 나왔다. ‘2년간 테스토스테론 수치 억제’ 기준을 지킨 킬립스가 최초로 UCI 주최 대회 여성부에서 금메달을 딴 성전환 선수가 되자 여성 선수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다. 캐나다 여성 산악자전거 종목에서 활약한 은퇴 선수 앨리슨 사이더는 킬립스가 남성으로 사춘기를 보내 신체적 이점을 누리고 있다며 “약물 사용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사이클로크로스(비포장도로 경주) 선수권대회에서도 여성부로 출전한 킬립스에게 밀려 메달 획득에 실패한 해나 아렌스맨은 급기야 은퇴까지 선언했다.
이같이 사춘기를 남성으로 보낸 이력이 여성 선수가 따라잡을 수 없는 선천적 차이를 만드는지가 최근 성전환 선수 출전 논쟁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관련, 운동생리학 분야 전문가로 테스토스테론 억제 요법이 성전환자 근육량, 골밀도와 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토미 룬드베리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연구원은 ‘사춘기 이점’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해 7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남성 호르몬을 억제해도 (남성 사춘기 경험 유무에 따른) 근육량, 골밀도, 헤모글로빈 수치 등 차이를 완전히 줄일 수 없다”며 “현재 성전환 선수에게 이런 이점을 없앨 의학적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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