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는 참으로 큰 시련”…한국 수출기업 걱정, DJ도 컸다 [대통령의 연설]
원화 대비 엔화값이 800원대를 들락거리는 ‘엔저(엔화 가치 약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일 100엔당 엔화값이 8년만에 처음으로 마감기준 800원대를 기록하기까지 했는데요. 일본은행이 금융완화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엔저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본은 한국과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품목이 많고, 지리적으로 인접해 관광수요도 큰 만큼 엔화가치의 변동은 국내 경제에도 전방위적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엔저현상은 일본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끼치고, 마찬가지로 한국에 비해 일본 물가를 낮춰 관광수지도 악화시키죠. 이번 엔저현상에서도 같은 전개가 이어지는 중입니다.
이처럼 양국의 경제가 깊이 연관돼있는 탓에 자연히 역대 대통령들도 엔화값의 변화추이에 민감히 반응해왔고, 연설문에서 언급된 횟수도 상당합니다. 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에서는 엔화값 변동에 대한 연설기록을 중심으로 양국 경제의 변화상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985년 미국이 엔화의 대폭 절상을 이끌어낸 ‘플라자 합의’가 나오고 반년여가 흐른 뒤인데요. ‘엔고(엔화 가치 강세)’ 현상 덕분에 한국의 경제는 호황을 맞이하게 됐죠.
당시 전 전 대통령은 “최근 유가하락과 엔화강세, 그리고 금리인하 등 국제경제여건을 활용해서 제2의 도약을 이룩하는 데도 여러분이 적극 노력해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같은해 8월에는 “지금 우리의 상황은 엔화의 평가절상으로 일본산기계나 부품이 갑작스럽게 비싸졌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어 내는 제품에 대한 국내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일본 엔화의 가치가 높게 유지되는 상황은 이와같은 자본재산업의 육성을 위해서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9년 ‘취임 1주년 내외신 기자회견(놀라운 용기와 애국심, 그리고 헌신적인 노력)’에서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어떤 의제를 논의할 것인지를 묻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지금 우리가 엔화 약세 등 일본 경제의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이처럼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을 설명하고 일본 정부의 대책에 대해서도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논의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독립성을 표방하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행정부 수장간 회담으로 조정해보겠다고 한 것인데, 오늘날 기준으로는 꽤나 낯선 모습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2002년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신년인사회 연설’에서도 “이 때문에 우리도 큰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수출시장이 크게 위축되었습니다”라며 “선수출과 외국인투자가 중요한 우리로서는 참으로 큰 시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엔저현상까지 심화되어 우리 수출업체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라며 “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즉각적으로 한국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주가와 원화 가치는 하락했습니다. 원화는 미국과 미국정부 결정에 매우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또한 크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변수보다도 영향력이 클 것입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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